[건강]술 많이 마시면 엉덩이가 썩는다?

  • 입력 2003년 12월 7일 17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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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사에 다니는 최모씨(48·서울 강서구 방화동)는 매일 저녁식사 때면 소주 한 병 정도를 마시는 애주가. 최씨는 2년 전부터 엉덩이 부위가 간간이 아팠지만 그때마다 동네의원에서 진통제만 처방받아 복용했다.

지난해 말엔 한 달 내내 술 모임이 잦아 갑자기 온종일 엉덩이가 아파 생활을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큰 병원에서 검사한 결과 엉덩이 관절이 썩는 질환인 ‘넙다리뼈(대퇴골) 머리 무혈괴사’로 진단받고 양쪽 다리에 인공 엉덩관절 수술을 받았다. 최씨는 “엉덩이 부위의 통증이 허리 디스크 때문인 줄로만 알았지 술로 인한 질병이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근 40, 50대에서 음주로 인한 넙다리뼈 머리 무혈괴사 환자가 늘면서 인공 엉덩관절 수술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서울의 한 유명 대학병원의 경우 1996년 270건이었던 수술 건수가 지난해 450여건으로 60% 이상 증가했다.

가톨릭대 성모병원 권순용 교수는 “엉덩관절에 병이 생기면 바로 인공관절 수술을 받는 경향이 있지만 조기에 병을 발견하면 현재의 관절을 살릴 수 있는 방법으로 나가야 된다”고 지적했다.

▽술과 넙다리뼈 관절이 무슨 상관?=넙다리뼈 머리 무혈괴사는 술을 많이 마시는 40, 50대 남성이나 장기간 스테로이드 제제를 복용한 환자에게 흔히 생긴다. 따라서 술을 많이 마시는 남성이 여성보다 4배나 많이 발생한다.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이수호 교수는 “무혈괴사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알코올이나 스테로이드가 넙다리뼈 머리로 들어가는 혈관에 지방성분과 혈액응고인자를 증가시켜 혈액순환을 방해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심장혈관이 막히면 심근경색이 발생하는 것처럼 이곳의 혈관이 막히면 머리 뼈세포는 죽고 결국 뼈를 받치고 있는 연골이 내려앉아 관절이 망가진다”고 설명했다. 무혈괴사란 문자 그대로 피가 없고 썩어버린다는 의미이다.

▽인공 엉덩관절 수술=이 질환도 초기엔 약물 또는 물리치료 등으로 고칠 수 있다. 실제로 초기 환자 중 30, 40대에게는 전기자장을 이용해 혈액순환을 증가시키는 방법도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무혈괴사는 진행을 멈추는 효과적인 약물이 없기 때문에 관절부위가 파괴돼 통증이 있고 일상생활에 제한이 생기면 수술을 받아야 한다.

이화여대 동대문병원 인공관절센터 김영후 교수는 “초기 넙다리뼈 머리 무혈괴사 환자의 15∼20% 정도는 자연적으로 치유되지만 진행된 무혈괴사는 인공관절 외엔 특별히 치료법이 없다”고 말했다.

수술 시간은 약 1시간반 걸린다.▶그래픽 참조

인공 엉덩관절에 사용되는 재료는 초창기엔 티타늄 금속과 플라스틱이었다. 그러나 마모로 생기는 부스러기가 뼈를 녹이는 부작용이 있어 최근엔 세라믹이 많이 사용된다. 세라믹은 금속이나 플라스틱에 비해 2000배 이상 강해 마모가 적다. 그러나 충격을 받으면 깨질 수 있는 단점이 있다.

요즘엔 기존 플라스틱에 방사선을 쬐어 분자결합을 단단하게 만들어 마모를 적게 만든 ‘강화 폴리에틸렌’도 등장했다.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박윤수 교수는 “세라믹은 활동이 많은 60세 미만의 환자에게 주로 사용되며 강화 폴리에틸렌은 노인들에게 주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인공 엉덩관절 수술의 최근 치료법=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방법도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이 치료법은 초기 무혈괴사일 때만 사용된다.

▶그래픽 참조

권 교수는 “초기 무혈괴사 환자라도 면역질환으로 스테로이드를 많이 복용하는 사람이나 골수 생산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줄기세포 치료를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줄기세포 치료는 2시간가량 소요되며 비용은 100만원 정도. 하루 정도 입원한다.

최근엔 ‘관절면 치환술’이 도입됐으나 치료효과에 대한 논란이 많다. 이는 수술시 넙다리뼈 머리를 자르지 않고 이에 금을 씌우듯이 특수금속으로 만든 캡을 넙다리뼈 머리에 덮어씌우는 것. 80년대에도 소개됐지만 관절의 마모가 심해 사라졌다가 최근 인공관절 재료가 좋아지면서 다시 시도되고 있다. 자기 뼈를 이용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재수술의 가능성도 높아 전문가들은 결과를 좀 더 지켜봐야 된다는 신중론을 펴고 있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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