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고수를 찾아서'…지금도 무림이 있고 고수가 있다

  • 입력 2003년 12월 5일 17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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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진 가라데 부산 지부의 김경훈 지부장(왼쪽)이 수련 시범을 보이고 있다. 극진 가라데는 만화 ‘바람의 파이터’로 잘 알려진 고 최영의 선생이 일본에서 창안한 무술. 김경훈 지부장은 일본에서의 수련을 거쳐 한국에 지부를 설립한 극진 가라데의 고수다. 사진제공 영언문화사
극진 가라데 부산 지부의 김경훈 지부장(왼쪽)이 수련 시범을 보이고 있다. 극진 가라데는 만화 ‘바람의 파이터’로 잘 알려진 고 최영의 선생이 일본에서 창안한 무술. 김경훈 지부장은 일본에서의 수련을 거쳐 한국에 지부를 설립한 극진 가라데의 고수다. 사진제공 영언문화사
◇고수를 찾아서/한병철 지음/406쪽 1만원 영언문화사

특공무술의 창안자 장수옥씨(대한특공무술협회 총재)는 자신이 배웠던 합기도와 태권도를 결합해 군인을 위한 ‘실전무술’을 개발했다. 그의 부인은 ‘철선녀’라고 불리는 내공의 대가 김단화씨. 부인의 내공 수련법을 가미해 내외공이 합쳐진 무술을 만들어 냈고 이를 특전사 요원들에게 가르쳤다. 특공무술이라고 하면 이름부터가 자칫 요란해 보이지만 정작 특공무술을 만든 장 총재 자신은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꺼리며 조용히 살았다. 그는 청와대 무술 사범으로 25년간 근무한 고수(高手)다.

일본의 거합도(居合道)는 예능적인 요소가 많은 검술이다. 실제로 진검 대결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눈앞에 상대가 있다고 가정하고 독련(獨鍊)을 하기 때문이다. 시연해 보여준다는 개념이 강하다. 하지만 이 때문에 거합도가 실전에 약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금물. 일본 거합도의 고수 이시도씨가 상대 멱살을 잡을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서 칼을 빼 목을 겨누는 데까지는 불과 1초도 걸리지 않는다.

서울 근교 C산에서 수련하는 무술인 K관장은 태권도, 합기도, 중국무술을 섭렵해 자신만의 무술을 익힌 인물이다. 쉰 살이 가까운 나이에 혼자 살고 있는 그는 20대에 입산해 20년을 하루같이 매일 15시간 혹독한 수련을 해왔다. 지금 그는 수십kg짜리 돌 역기를 봉술을 하듯 휘두를 수 있다.

‘무림고수(武林高手)….’ 어딘지 시대에 뒤떨어진 단어처럼 보인다. 하지만 요즘도 분명 무림이 있고 고수가 있다. 경영학 박사이며 사업가인 이 책의 저자 스스로가 무술의 고수다. 어린 시절부터 태권도, 검도, 팔괘장 등 끊임없이 무술연마를 계속해 오고 있다. 실제로 저자는 인도 여행길에 부랑자들과 목검을 들고 벌였던 사투 경험담을 책 속에서 털어놓는다. 골목에서 칼과 각목을 들고 덤벼드는 부랑자 수십명의 손목뼈와 쇄골을 부러뜨리며 ‘위기’를 탈출했다는 것.

이런 저자가 무술 고수를 찾아 나섰다. ‘한 수’ 배우기 위한 대련이 목적이 아니었다. ‘고수란 무엇인가’란 질문에 답을 얻기 위해서였고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뜻도 있었다. 무술 잡지의 발행인이기도 해서 원고를 핑계로 많은 무술인을 만날 수 있었다. 고수로 알려진 사람들 중에는 사회적으로 존경받으며 제자를 키워나가는 인물도 있었고 고수인 척했지만 ‘사기꾼’인 경우도 있었다.

취재를 하며 희한한 경험도 했다. 중국 팔괘장의 고수 이공성씨는 저자의 손목을 살짝 건드리는 것만으로도 머리끝까지 전기가 오는 듯한 내공을 전했다. 서울 거리에서 마주친 한 일본 출신 검객은 첫눈에 저자가 검도의 고수인 것을 알아보고는 “언젠가 진검 승부를 하자”고 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책 속에 무협소설 같은 기담(奇談)만 담긴 것은 아니다. 책 내용의 대부분은 저자가 무술인들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에 자신의 느낌과 평가를 덧붙인 글들이다. 대한검도회 창립자 서정학씨, 중국 진가태극권 장문인 진소왕씨 등 이름이 널리 알려진 무술인들은 자신의 삶과 무예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자신이 만난 무술인 중에는 고수보다 사이비가 많았지만 분명 고수는 존재하며 그들 때문에 무술이 후대에 ‘제대로’ 전해질 것이라고 결론짓고 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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