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연합-유엔司 이전 통보”… 몇시간후 “취소”

  • 입력 2003년 12월 4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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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4일 미국으로부터 서울 용산미군기지의 한미연합사령부와 유엔군사령부를 한강 이남으로 이전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가 몇 시간 만에 이를 취소해 물의를 빚었다.

남대연(南大連)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최근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가 차영구(車榮九) 국방부 정책실장에게 한미연합사와 유엔사의 한강 이남 이전 방침을 전달했다”고 브리핑했다.

남 대변인은 토머스 허버드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달 말 한미연합사와 유엔사를 포함한 서울 주둔 미군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길 희망한다는 발언을 한 다음 날 미국이 이 같은 통보를 해 왔다며 구체적인 전달 경로를 확인해 추가로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몇 시간 뒤 이번엔 차 실장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지난달 17, 18일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 이어 19일 롤리스 부차관보를 면담한 이후 미국으로부터 어떤 통보도 받지 않았고 추가 협의도 없었다”며 남 대변인 발표를 정면으로 부인했다.

남 대변인도 “내가 잘못 얘기한 것”이라며 “롤리스 부차관보가 어떤 통보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국방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국방부의 이 같은 해명은 여러 모로 석연치 않다. 한미간에는 용산기지 이전 후 서울에 남게 될 주한미군의 잔류기지 규모가 쟁점이 돼 왔기 때문이다. 지난달 SCM에서 용산기지 이전협상이 한미의 이견으로 결렬된 뒤 미국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한미연합사 등을 포함한 용산기지를 모두 경기 평택과 오산으로 이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왔다. 국방부는 이를 전향적으로 검토하면서도 반대여론 때문에 수용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군 일각에선 국방부가 미국으로부터 한미연합사와 유엔사 이전에 관해 ‘최종 통보’를 받고도 여론의 향배를 살피기 위해 당분간 ‘시간 끌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주요 현안에 관한 미 고위 당국자의 대한(對韓) 통보사실을 발표했다가 ‘없던 일’로 얼버무린 국방부의 태도는 한국정부의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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