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금융경영인 조찬 강연’에서 “가계 부채 상환 압력과 소비 둔화를 감안하면 본격적인 경기 회복 진입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앞으로 금융 감독 정책도 시장 안정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그는 김 부총리와의 시각 차이를 의식한 듯 “내년의 성장 예측치가 다양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내수와 소비에 대한 예상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국내 경제를 이끌고 있는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에 대한 외국인의 직접 투자가 감소세로 돌아서서 ‘중국 모멘텀’이 둔화될 수 있다”며 ‘경기 회복 지연론’에 대한 외부적인 요인도 곁들였다.
이 위원장은 이날 강연 도중 “환자의 병이 깊어졌을 때 이를 알아내 치료하는 의사보다 병이 미미할 때 치료하거나 환자의 얼굴빛만으로 병을 예방하는 의사가 더 훌륭한 의사”라며 “그동안 ‘훌륭한 의사’이지 못했다는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시장 참여자 스스로 병을 예방하도록 유도하고 (금융감독당국은) 만약 병의 조짐이 보이면 선제적으로 이를 치료하는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금융계 인사들은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는 이 위원장의 모습은 남에게만 책임을 떠넘기기 바쁜 상당수 다른 고위 공직자들과 많은 차이를 느끼게 한다”며 “옛 재무부 시절부터 이 위원장이 상사 및 부하들에게서 신뢰가 두터웠던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행시 8회 출신으로 행시 13회인 김 부총리의 경제관료 선배다.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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