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대표 5일 단식마감 병원입원…黨心 얻고… 民心 잃고…

  • 입력 2003년 12월 4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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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9일째인 4일 오후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모처럼 바깥나들이를 했다. 이날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실시된 특검법안 재의 표결에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서였다.

오랜만에 정장차림을 한 최 대표는 휠체어를 탄 채 임태희(任太熙) 대표비서실장 등 의원 10여명의 부축을 받으며 본회의장에 도착했다.

최 대표는 지난달 28일부터 전국 시도지부를 돌며 시작된 한나라당의 릴레이 시위 행렬이 5일 오전 11시 중앙당사에 집결하는 모습을 지켜본 뒤 서울대병원에 입원하기로 했다.

지난달 26일 단식에 돌입하면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특검 거부 철회와 국정 정상화를 요구했던 최 대표는 10일간의 단식투쟁을 마감하면서 당초 요구사항을 관철하진 못했다.

그러나 적잖은 정치적 전리품을 챙겼다는 게 당 내외의 중론이다.

우선 최 대표는 단식투쟁을 통해 노 대통령의 특검 거부에 대한 부당성을 이슈화하는 데 성공했다.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한 특검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를 ‘입법부에 대한 도전’으로 몰아붙이며 야3당 공조 복원에 성공함으로써 특검법안 재의 가결에 동력을 제공했다.

동시에 최 대표는 스스로를 반(反)노무현 전선의 중심축에 자리매김함으로써 향후 특검 정국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또 최 대표의 단식은 대여 투쟁의 수위를 높임으로써 당 내 분란을 잠재우는 성과도 거뒀다.

향후 당 운영 과정에서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 지지세력의 입김을 차단하고 ‘최병렬당’으로 재편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총선 공천 과정에서 최 대표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도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반면 민생국회를 볼모로 삼은 한나라당의 등원(登院) 거부 방침에 대한 국민 여론의 따가운 비판은 두고두고 최 대표가 안아야 할 정치적 부담이 될 전망이다.

최 대표의 단식기간 중 한나라당의 지지도는 5%포인트 이상 떨어졌고 일부 여론조사에선 민주당에 오차한계 범위 내에서 선두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맞단식’ 열린우리당 김영대위원장 “崔대표보다 하루 더” ▼

“힘들지만 최병렬(崔秉烈) 대표보다 하루는 더 해야죠. 약속한 건데….”

한나라당 최 대표의 단식 농성에 항의하며 지난달 26일부터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9일째 ‘맞불 단식’을 하고 있는 열린우리당 김영대(金榮大·43) 노동위원장은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최 대표의 행보를 지켜보고 단식 중단 시기를 정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기력이 떨어져 농성장에 누워 단식을 하고 있는 김 위원장은 하루 3, 4L의 물과 소금만을 먹고 있다.

며칠 전부터는 숙변이 생겨 5일에는 의사의 진찰을 받고 관장약을 복용할 계획이다.

그는 4일 특검법안이 재의결된 소식을 듣고 “결과론이지만 최 대표가 단식하지 않고 특검법안을 재의결에 부쳤어도 통과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며 “최 대표가 앞으로는 순리와 법을 지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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