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퍼스트"…'이브의 부담' 덜어주는 여성친화 기업들

  • 입력 2003년 12월 4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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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일하기 좋은 직장은 어디일까?’

헬로잡, 인크루트, 잡링크 등 취업정보 제공업체들로부터 ‘여성 친화적인 기업’을 추천받았다. 이들은 각 기업의 인사제도와 여성 편의시설 등을 기준으로 여성 친화 기업을 선발했다. 이들이 선정한 여성 친화 기업은 한국IBM, 한국P&G, 한국MSG, 씨티은행, 제일기획, 삼성SDS, 태평양, CJ, 이랜드 등. 그중 한국IBM과 제일기획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유가 뭘까.

▽육아는 회사가 책임진다=2일 오전 8시반 서울 서초구 서초동 ‘푸르니 서초어린이집’.

아직 잠이 덜 깬 아이를 품에 안은 직장 여성들이 우르르 쏟아져 들어왔다. 이들은 익숙하게 자신들의 반을 찾아가 아이를 떼어놓았다. 이때부터 모자(母子)간 짧은 이별이 시작된다. 엄마 품을 떠나지 않으려고 다리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우는 남자아이가 보였다. 박진재 푸르니 서초어린이집 원장은 “유아반일수록 그날 컨디션에 따라 엄마와 헤어지지 않으려는 아이가 많다”고 귀띔했다.

“지웅아, 엄마 퇴근하고 다시 올게.” 서울 서초구 서초동 ‘푸르니 서초어린이집’에서 한국IBM 김현미 특수사업부 과장(왼쪽)이 20개월 된 아들을 보모에게 맡기고 있다. 푸르니 서초어린이집은 하나은행, 대교, 한국IBM 등 3사가 공동으로 출자해 만들었다. -안철민기자

하나은행, 대교, 한국IBM 등 3사가 공동으로 출자해 올 9월에 만든 보육원. 생후 6개월∼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이 대상이고 한달 이용료는 평균 45만원.

서용희씨(30·서울 성동구 금호동)는 “사설유치원은 오후 2, 3시면 끝나기 때문에 매우 불편하다”며 “이곳은 오전 7시반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하고, 비용도 보모를 들이는 것보다 훨씬 싸게 먹힌다”고 말했다.

6월 말 현재 직장보육시설이 있는 회사는 삼성전자 아산병원 동산진흥 등 120여개에 이른다.

▽여성 문제를 전담하는 인사부장=한국IBM에 근무하는 홍순옥씨의 명함에는 ‘인사부 부장’이라고 적혀 있다. 실제 그의 직함은 ‘다이버서티 매니저(diversity manager)’.

IBM은 해외 지사에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다이버서티 매니저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직장 내 여성에 대한 편견이 가장 문제가 된다고 판단해 홍 부장은 여성문제를 전담하고 있다.

탄력근무제도 한국IBM이 내세우는 대표적인 장점.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가 기본이지만 오전 10시에 출근해 1시간 늦게 퇴근할 수도 있다. 특히 유아가 있는 여직원이 오전 10시 출근을 선호한다고 한다. 반일 휴가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이 자주 사용한다. 학교 배식 당번이어서 ‘밥 푸러’ 학교에 갈 때 반일 휴가가 ‘딱’이라는 것.

6층 10평 남짓한 ‘산모교실’에는 싱글 침대 2개와 소독기, 냉장고 등이 놓여 있었다. 산모가 내려와 잠시 눈을 붙이거나 젖을 짜서 보관할 수 있도록 만든 휴식 공간이다. 소독기 속에는 2개의 젖병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출산휴가를 막 끝내고 복귀한 직원 2명이 단골로 사용한다고 한다.

국내 기업들도 여성인력 활용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전력은 여성인력팀을 구성해 여성인력 정책을 수립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여성인력육성팀을 신설해 진로 및 경력개발에 관해 상담해 주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SDS 역시 모유유축실을 운영한다.

▽육아휴직을 쓴 남자 직원=제일기획 카피라이터 이선구 차장. 그는 2∼3월 육아휴직을 냈다.

“아내가 임신 5개월일 때 피검사를 했어요. 아기가 다운증후군인 것 같다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더군요.”

이 차장은 그 당시 육아휴직을 내겠다고 결심했단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동료들의 이해입니다. 회사가 남성 육아휴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해서 맘 편하게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게 아니죠.”

이 차장이 처음 육아휴직 이야기를 꺼냈을 때 비아냥거리는 농담도 많았다. “네가 애를 낳느냐, 남자가 무슨 육아휴직이야” “요즘 회사 참 많이 좋아졌네” 등과 같은 농담이 들려왔다. 하지만 동료 10명 중 8명은 이 차장의 뜻에 흔쾌히 ‘OK’를 했다.

올 1월 아기는 무사히 태어났다. 다행히 다운증후군은 아니었다. 이 차장은 육아휴직 덕분에 아빠 노릇을 톡톡히 했다고 한다.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남성 육아휴직자는 7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1명)보다 37.3% 늘었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여대생 "이런 기업 다니고 싶다" ▼

국내 기업 가운데 여대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은 어디일까.

취업전문업체 스카우트(www.scout.co.kr)가 올 8월 여대생 920명을 대상으로 ‘가장 입사하고 싶은 국내 기업’을 질문한 결과 삼성전자가 32.9%로 가장 높게 나왔다.

삼성전자에 입사하고 싶은 이유에 대해서는 연봉과 인지도, 성장 가능성 등에 골고루 높은 점수가 매겨졌다.

다음은 삼성SDI가 17.9%로 2위를 차지했다. 삼성SDI에 입사하고 싶은 이유로는 연봉과 성장 가능성이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이미지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SK텔레콤은 3위, 연봉과 성장 가능성에서 좋은 평을 얻은 LG전자가 4위, 연봉에서 단연 높은 점수를 얻은 국민은행이 5위에 올랐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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