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문화유산 철거땐 사전심의 거쳐야"

  • 입력 2003년 12월 4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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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곳의 등록문화재 중 하나인 서울 중구 정동의 이화여고 심슨 기념관.  -동아일보 자료사진
84곳의 등록문화재 중 하나인 서울 중구 정동의 이화여고 심슨 기념관. -동아일보 자료사진
한국 문학의 대표적 사실주의 작가로 꼽히는 빙허 현진건(1900∼1943)의 고택이 최근 철거된 이후 근대문화유산 보호 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집을 철거해 버린 소유주와 이를 막지 못한 관계당국을 무관심과 무신경을 비난하기에 앞서 법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비슷한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어떤 조치가 필요할까. 문화재청은 5일 서울 명동성당 문화관에서 ‘근대문화유산, 보존과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공청회를 개최한다. 주제발표문을 사전에 요약, 소개한다.

▽등록 문화재 활용방안(윤인석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2001년 7월부터 문화재청이 등록문화재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홍보가 부족했다. 이 제도에 따르면 등록문화재의 등록기준은 건축물, 다리, 수문, 터널, 등대 등 건설 후 50년이 경과한 시설물 중 우리나라 근대사에 기념이 될 만한 가치가 큰 것이다. 이 제도의 장점은 기존 지정문화재 제도와 달리 건축물을 평소대로 사용할 수 있고 필요에 따라 수리, 개보수는 물론 외형의 4분의1 범위 안에서 변경까지 할 수도 있다는 것. 내부도 큰 제약 없이 개조할 수 있다.

하지만 근대건축물 등록 관리를 맡은 지방자치단체 담당부서조차 정확한 취지와 내용을 몰라 혼선이 일었다. 국민들도 재산권이 침해받지 않을까 걱정한다.

이 제도의 단점은 신청 주체가 지방자치단체여서 절차가 복잡하고 소유주의 참여가 배제된다는 것이다. 등록문화재 제도는 같은 시대 사람들이 활용하는 문화재 제도라는 점을 널리 알리고 전문가 학자 건물소유주들이 지정에서부터 보존 관리에까지 두루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등록문화재 제도의 운영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방안(김창규 한국 전통문화학교 교수) 하지만 =기본적으로 소유주가 철거를 할 경우 규제방법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등록문화재의 경우 변경이나 철거할 때 신고만 하면 된다는 것이 허점이다. 건축물 멸실 신고시 최소한 사전심의를 거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이를 감시하는 시민단체의 활동도 지원해야 한다. 또 등록대상을 건조물이나 시설물 형태로 한정하지 말고 근대 역사자료, 미술공예품 등과 같은 동산 문화재로까지 확대하고 등록기준을 완화해야 한다.

▽외국사례(최병하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일본은 1990년부터 건축학회와 토목학회를 중심으로 근대문화유산 지정 등록 작업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주로 ‘랜드마크’적인 의미를 가진 건축물을 보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프랑스는 건축물 보호에 대한 역사와 전통이 깊어 20세기에 세워진 근대 건축물 중 1000건을 등록문화재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문화재청 등록문화재 19건 추가▼

문화재청은 4일 전남 고흥군 국립소록도 갱생원 원장관사를 포함한 소록도 병원 관련시설 11건, 경기 파주시 장단면 면사무소 등 파주 비무장지대 6·25전쟁 유적 4건, 덕수궁 석조전 동·서관 정관헌, 창경궁 대온실 등 총 19건을 등록문화재로 지정 예고 했다.

이로써 등록문화재는 총 84건으로 늘어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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