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 지구기행]호주 필립섬 '펭귄 퍼레이드'

  • 입력 2003년 12월 3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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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밤 호주 멜버른 근방 필립섬의 서머랜드 해안가로 보금자리를 찾아 바다에서 돌아오는 리틀펭귄. 사람들은 바람 부는 해변에 앉아 펭귄의 귀가 퍼레이드를 지켜보며 자연과 하나 되는 기쁨을 맛본다. 사진제공 필립섬자연공원
매일 밤 호주 멜버른 근방 필립섬의 서머랜드 해안가로 보금자리를 찾아 바다에서 돌아오는 리틀펭귄. 사람들은 바람 부는 해변에 앉아 펭귄의 귀가 퍼레이드를 지켜보며 자연과 하나 되는 기쁨을 맛본다. 사진제공 필립섬자연공원
《호주대륙 남단의 빅토리아주 주도 멜버른. 7개주 가운데 두 번째로 작지만 멜버른은 두 번째로 큰 도시(인구 340만명)다. 야라 강이 포트 필립만(灣)의 바다로 흘러드는 하구의 대도시. 그러나 동남방 140km(도로), 포트 필립만 오른편의 또 다른 만, 웨스턴 포트의 필립섬에서는 펭귄과 사람이 태초의 모습 그대로 이웃되어 어울리는 자연의 경이가 펼쳐진다.》

오후 6시30분. 석양에 발갛게 물든 포트 필립만 바다는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바위와 모래해변뿐인 섬은 캐나다의 대서양변 프린스에드워드아일랜드를 닮았다. 아니 그보다는 제주도 남쪽 사계리 해안의 풍경을 떠올리는 편이 낫겠다.

‘산레모’라는 이름의 아담한 어촌과 다리로 연결된 연륙도 필립섬. 다리 건너 5분 정도 차를 몰고 들어가자 ‘필립섬 안내소’가 보였다. 여기서 ‘펭귄 퍼레이드’ 티켓을 구입해 관광도로를 따라 섬 안 깊숙이 들어섰다.

모래밭의 보금자리를 찾아가는 리틀펭귄이 여행객 옆을 무심히 지나고 있다.

필립섬은 전체가 자연공원. 이 섬에 둥지를 튼 리틀펭귄(키 33cm의 가장 작은 펭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야생 펭귄을, 그것도 둥지 찾아 걸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인지라 내심 기대가 컸다. 야생 펭귄은 남극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잘못 알고 있던 터라 흥분도 됐다.

●밤마다 해변으로 수백마리 '귀가'

펭귄 둥지는 ‘서머랜드 비치’라고 불리는 해변의 사구(砂丘). 비치 주변에는 인공시설(방문객 센터와 주차장)도 있었다. 그 방문객 센터 앞. 사람들이 망원경으로 바다를 열심히 살핀다. 실록스(Seal Rocks·바다표범이 운집한 바위섬)를 찾는 것. 이 섬에는 바다표범도 1만2000여 마리나 살고 있다.

‘펭귄 퍼레이드’는 매일 저녁 바다에서 돌아온 펭귄이 서머랜드 비치를 가로질러 보금자리가 있는 사구로 걸어가는 것을 표현한 것. 어떤 날은 수십 마리, 수백 마리가 줄지어 걸어간다 해서 붙인 이름이다. 이런 진귀한 자연현상을 직접 볼 수 있는 곳이 지구상에 몇 군데나 될까.

방문객 센터와 서머랜드 비치는 걸어서 10여분 거리. 해변 사구에는 스탠드형의 관람대가 있고 조명등이 해변을 환히 비치고 있었다. 해는 져서 주변은 어둠에 싸였고 해변은 차가운 바닷바람이 불어와 쌀쌀했다. 사람들은 담요와 잠바로 바람을 막으며 스탠드에 앉은 채 펭귄이 오기만 기다렸다.

30분쯤 지났을까. 스탠드에서 환성이 들렸다. 첫 무리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모두 열한마리. 앙증맞게 작은 리틀펭귄은 해변에서 파도에 휩쓸려 넘어지기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일어나 뒤뚱뒤뚱 걸었다. 그리고 스탠드 사이의 모래밭을 지나 스탠드 뒤편 모래언덕의 숲으로 사라졌다.

잇달아 무리가 도착했다. 먼저 오른 놈이 힐끗 뒤돌아보더니 기다리듯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 그런 후 모두 상륙하자 무리를 이끌고 사구를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스탠드 가장자리에 앉아 펭귄 무리가 뒤뚱거리며 걸어가는 모습을 가까이서 살폈다. 야생 펭귄이 나를 보고도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않는다는 사실, 내가 펭귄에게 위해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가슴이 뿌듯했다. 자연스러움이란 바로 이런 것, 내가 자연의 일부가 되는 것임을 깨달았다.

●사람들 곁에 있어도 피하지 않아

온종일 주변 바다에서 먹이사냥을 한 뒤 지친 몸을 쉬기 위해 둥지를 찾아오는 펭귄 무리. 이들은 어둠 속에서도 그 넓은 모래밭의 둥지를 정확히 찾아간다고 했다. 한때는 퍼레이드 사진촬영이 허용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금지됐다. 펭귄 보호를 위해서다.

한 시간 정도 이어진 펭귄 퍼레이드. 펭귄은 사구 위 통행로 아래, 사구의 숲 속 곳곳에 웅크리고 앉아 쉬고 있었다. 펭귄이 돌아온 사구. 온통 펭귄의 구구거림으로 소란스러웠다. 펭귄 소음으로 뒤덮인 한밤의 필립섬. 섬은 그제야 제 모습을 찾은 듯했다.

멜버른=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여행정보

▽찾아가기 △멜버른=시드니, 브리즈번(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운항)에서 연결(1시간10분 소요) △펭귄 퍼레이드 투어=멜버른 시내에서 출발하는 그레이라인(www.grayline.com)의 당일투어 패키지는 다음과 같다. ①The Penguin Parade=오후 1시반∼11시 반. 펭귄은 물론 코알라(보존센터), 바다표범(생태센터), 캥거루(농장)도 본다. ②Penguin Express=펭귄 퍼레이드만 보기. 오후 5시 반∼11시 반. ③펭귄디럭스·농장체험=오전10시∼오후11시반. 블루단데농(산)숲정원, 호주농장 체험(점심식사 제공), 코알라보호센터, 펭귄 퍼레이드. ④펭귄디럭스·농장체험·증기기관차 투어=오전 8시40분∼오후 11시 반. 상품 ③에 퍼핑빌리(증기기관차)를 타고 블루단데농 숲속 여행 추가.

▽날씨(필립섬 주변)=지금은 여름. △12월 11∼23도 △1, 2월 12∼25도 △3월 11∼23도

▽정보 구하기 △호주정부관광청(www.eaustralia.or.kr)=02-399-6500 △필립섬=www.phillipisland.net.au △필립섬자연공원=www.penguins.org.au



▼'축제 도시' 멜버른의 관광코스▼

호주를 대표하는 해안절경이 펼쳐지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 주변의 기암과 절벽으로 이뤄진 열두제자바위 해안. 길롱과 닐슨을 잇는그레이트 오션 로드(437km)는 오른 편 절벽위에 있다. 사진제공 호주정부관광청

멜버른은 호주의 다른 도시들과 분위기가 다르다. 차분하면서도 생동적이고 고즈넉한 분위기에서도 생기가 넘친다. 도심이나 그곳을 지나는 야라 강 역시 시드니처럼 넓고 크지 않아 친근함이 더하다. 건축물도 모던풍의 고층 일색이 아니라 유럽풍의 고전적인 저층이 많이 눈에 띈다.

일요일 오전 도심 야라 강변의 사우스뱅크 산책로. 강에는 조정클럽에서 띄운 날씬한 보트가, 햇빛 찬란히 쏟아지는 강변은 산책 나온 시민과 조깅 족으로 활기를 띤다. 예서 멀지 않은 페더레이션스퀘어의 패키지투어 버스승차장에는 버스 수십 대가 줄지어 선 채 관광객을 맞고 있다.

시내투어를 위해 ‘멜버른 어트랙션즈 패스’를 꺼내 들었다. 이 패스는 시내 11곳의 관광지 가운데 3∼6곳을 들를 수 있는 지도와 안내서를 겸한 할인 쿠폰 북. 멜버른 아쿠아리움(수족관)은 두 장, 멜버른 뮤지엄(박물관)은 한 장을 내야 한다. 두 장을 내고 멜버른 리버크루즈(야라 강 보트여행)의 보트에 올랐다. 의자에 등을 기댄 편안한 자세로 통유리창문 밖으로 지나치는 강변의 멜버른 도시 모습을 올려다보는 즐거움. 일정에 쫓겨 허겁지겁 다니던 여행길이 모처럼 휴식처럼 다가왔다.

멜버른은 축제의 도시다. 세계의 이목을 끄는 국제행사가 거의 매달 열리는 곳이다. 1월에는 그랜드슬램 대회인 호주오픈(테니스), 3월에는 멜버른 와인 음식축제와 뭄바 페스티벌, F1 그랑프리 자동차경주, 4월에는 코미디페스티벌, 10월에는 멜버른 페스티벌(오페라 무용 연극 등 공연) 등등….

멜버른에서만큼은 렌터카 여행도 구미가 당긴다. 그레이트오션로드 때문. 근 3만km나 되는 호주 대륙의 해안도로 가운데서도 풍치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해안 경승 드라이브 길이다. 멜버른에서 서남쪽으로 70km 떨어진 해안휴양지 길롱에서 시작해 넬슨까지 이어지는 총연장 437km의 도로다.

그러나 호주는 한국과 반대로 자동차가 좌측통행을 하기 때문에 운전에 자신이 없으면 포기하는 편이 낫다. 이 경우 대안은 그레이라인의 패키지 버스투어. 전 세계 주요 도시에 있는 그레이라인은 언제 선택해도 후회가 없는 좋은 품질의 여행상품을 제공한다. 그레이라인에는 그레이트오션로드 패키지도 있다. 안내는 모두 영어로 한다.

필립섬의 펭귄 퍼레이드를 그레이라인 패키지투어로 다녀왔다. 여러 상품 가운데 오전 8시40분에 출발해 오후 11시 반에 돌아오는 전일투어(펭귄디럭스·농장체험·증기기관차 투어)를 선택했다. 첫 방문지는 멜버른 외곽 블루단데농 산의 울창한 숲 속. 따뜻한 차와 버터 바른 빵으로 모닝 티타임을 즐기는 동안 주변에 빨간 깃털을 가진 새 수백 마리가 날아왔다.

다음 목적지는 ‘퍼핑빌리’라고 불리는 19세기 협궤 증기열차 타기. 벨그라브와 젬브룩을 잇는 24km 산 중턱의 숲 속을 여행한다. 점심식사는 양떼몰이 쇼와 캥거루 먹이주기 등 호주농장체험을 할 수 있는 와룩캐틀팜. 이어 필립섬 자연공원으로 펭귄 퍼레이드를 보러 가기 전 ‘코알라 보호센터’를 들른다. 코알라는 유칼립투스 나뭇잎만 먹고 사는 초식동물. 이곳은 야생 코알라가 서식하는 숲으로 나무 위에서 잠자는 코알라를 볼 수 있다. 코알라 생태관도 있다.

●여행정보

▽홈페이지 △멜버른(행사)=www.thisweekinaustralia.com www.citysearch.com.au △빅토리아주(관광)=www.visitvictoria.com △그레이트오션로드=www.greatoceanroad.org △그레이라인=www.grayline.com △호주정부관광청(한국)=www.eaustralia.or.kr

멜버른=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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