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눈물에 네티즌 반응 싸늘

  • 입력 2003년 12월 3일 14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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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의 당선과 성공만이 나라를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해 12~13년간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다. 그러나 막상 감옥에 와 보니 사랑하는 가족과 휴가 한번 가지 못한 것이 마음 아프다. 바라건데 이제라도 나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해달라"

대북 불법 송금과 현대 비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 1일 20년의 중형이 구형된 박지원(朴智元) 전 문화관광부 장관의 눈물 어린 최후진술.

그러나 네티즌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한 것 같다. 동아닷컴 등 언론사 토론장이나 포탈 사이트에는 “사필귀정, 20년도 짧다”는 의견이 무더기로 올라오고 있다. 간혹 그의 입장을 두둔하는 글도 있지만 역부족인 느낌이다.

네티즌 ‘tasol456’(동아닷컴)은 “북한에 단1불도 송금한 적이 없다고 국회에서 위증한 당신의 거짓말은 용서할 수 없다.국민의 혈세로 북의 독재자를 핵무장시키고 자유민주주의 국방을 약화시킨 죄는 20년도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네티즌 ‘sky6969’(엠파스)는 “형량에 문제가 있다”며 “죄목으로 따지면 무기징역이나 법정 최고형이 마땅한데 20년이라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이해가 안된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특히 박씨가 최후진술에서 “12~13년간 한번도 휴가를 가지 못했다. 이제는 가족품에 돌아가게 해달라”고 눈물로 간청한 것에 대해 분노하는 네티즌도 다수 있었다.

‘philkocho’(동아닷컴)은 “‘꽃잎이 진들 바람을 탓하랴’면서 주옥같은 조지훈님의 싯귀를 읊으며 여유자적하던게 엊그제인데 울긴….”이라며 “휴가는 무슨 휴가? 주 5일 근무제 한다니까 착각하고 있다. 돈 안드는 편안한 특실에서 오래 쉬라는 국가의 마지막 배려다. 친구들 줄줄이 예약돼 있으니까 화투 깔고 기다려라”며 비꼬았다.

‘씨내리’(미디어 다음)는 “누구에게 눈물로 호소하는가”라며 “지금도 단돈 몇 만원에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사람들을 생각해보라”고 독설을 내뱉었다.

더 나아가 ‘몸통론’을 거론하며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구속해야 한다는 네티즌도 많았다.

‘ryusukbum’(조선닷컴)은 “DJ의 심복이자, 정권 실세인 박지원의 뇌물수수를 DJ가 몰랐을 리 없다”고 두 사람의 밀착관계를 의심했으며 ‘dkdlehddk’(동아닷컴)은 “이나라 법은 권력에 따라 왔다갔다 한다. 깃털(박지원)만 처벌하지 말고 몸통(김대중)을 처벌해야 나라가 바로 선다.”고 주장했다.

또 그동안 정치인 처벌이 솜방망이로 그쳤다며 이번에야 말로 일벌백계 해야 한다는 주장도 거셌다.

‘잘된일’(미디어 다음)이라는 네티즌은 “이 나라 법은 권력자와 가진자의 법이므로 두달 후에 항소하면 10년 감형되고 또 두달 후면 집행정지로 석방된다. 보석금 내거나 몸 아프면 더 단축된다”며 “20년 구형이 2년이 되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박지원은 의인”이라며 그를 옹호하는 네티즌들도 있었다.

‘kgtea’(동아닷컴)은 “박지원은 나라의 충신”이라며 “당신은 무죄이다. 설사 판사들의 무지로 실형을 받더라도 당신은 이 나라를 위해 곧 복권될 것이다. 그리고 총선에 출마해 저들을 응징하라”면서 박씨를 옹호했다.

‘ty445544’(오마이뉴스)는 “검찰이 해도 너무한다”며 “박지원이 없었으면 햇볕정책도 실패하고 온 나라가 (전란 대비용) 라면 사느라 바빴을 것”이라며 중형을 구형한 검찰을 비난했다.

박지원씨 1심 선고 공판은 12일에 열릴 예정이다. 정치적인 사건은 보통 범죄와 달리 공판결과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박씨는 자신의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어 무죄판결이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일반 사건의 경우 20년이 구형되면 그 절반인 10년 정도가 선고되는 경우가 많다.

대검찰청 중앙 수사부(안대희 검사장)는 1일 박 피고인에게 형법상 유기징역 상한선인 25년에 가까운 20년을 구형하면서 150억원 중 검찰에 압수된 121억원은 몰수하고 압수되지 않은 28억여원은 추징해줄 것까지 요구했다.

▶박지원 최후진술서 전문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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