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경관, 흑인 집단구타 살해…美 신시내티 흑백분쟁 조짐

  • 입력 2003년 12월 2일 1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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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서 40대 흑인 남자가 백인 경찰관들에 의해 집단 구타당한 뒤 숨진 사건이 발생하자 흑인 인권단체들이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등 흑백간 인종 분쟁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신시내티에서는 2001년 백인 경관이 10대 흑인 소년을 등 뒤에서 총으로 쏴 숨지게 한 사건으로 폭동이 일어났고 올 2월에도 흑인이 백인 경찰의 총에 맞아 중상을 당한 뒤 과잉대응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30일 너새니얼 존스(41)가 신시내티의 한 식당 앞 잔디밭에 누워 있다가 식당측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 2명과 실랑이가 벌어지면서 시작됐다.

경찰순찰차 카메라에 찍힌 동영상을 보면 159kg의 거구인 존스씨가 경찰 한 명을 때리려고 달려들자 경찰들이 곤봉으로 마구 때렸고, 추가로 출동한 경찰들이 구타에 가세한 뒤 수갑을 채우는 장면이 나온다.

존스씨는 숨을 쉬지 못하는 상태에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바로 숨졌고, 검시관은 그의 몸에서 코카인과 헤로인 성분이 검출됐으며 고혈압으로 심장이 부어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들의 구타 장면이 1일 TV로 미국 전역에 되풀이해 방영되자 흑인 인권단체들이 공권력의 과도한 행사였다며 철저한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전미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의 캘버트 스미스 신시내티 지부장은 “비디오테이프를 보면 무방비 상태의 존스씨가 경찰들에게 반복적으로 구타를 당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흑인 인권운동가인 제시 잭슨 목사는 1일 성명을 내고 “연방정부와 주정부 차원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찰측은 “정당방위”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찰리 루켄 신시내티 시장도 “경찰의 방어수단이었다”면서 흑인인권단체의 경찰서장 해임 요구를 거부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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