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IMF 6년, 위기 끝나지 않았다

  • 입력 2003년 12월 2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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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도를 면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았던 참담했던 그날로부터 6년, 빌린 195억달러를 다 갚고 IMF 관리체제에서 졸업한 지도 2년4개월이 흘렀다. 그런데도 우리의 마음은 어둡고 답답하다.

IMF 빚은 갚았다고 하지만 결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은행 대기업 부동산 등을 외국인에게 팔아넘기다 보니 경제의 주권과 대외방어력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 됐다. 공적자금을 161조원이나 쏟아 부었지만 지금까지 61조원밖에 회수하지 못해 국민 부담이 막중하다. 그 사이 국가채무가 곱절로 늘어나는 등 경제의 가장 중요한 안전판인 재정이 매우 취약해졌다.

이 같은 비용을 치르고도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말할 수 없다. 금융위기가 외채에서 내채(內債)로, 기업에서 가계로 옮겨졌다. 개인 신용불량자가 360만명을 넘어섰다. 도시 가계가 집을 사기 위해 빌린 금융부채도 평균 3500여만원에 이른다고 하니, 집값이 폭락하거나 금리가 급등하면 언제 금융위기의 뇌관이 터질지 모른다. 금융회사의 신용심사와 위기관리는 여전히 낙제점이다. 정부도 문제가 터진 뒤에야 허둥지둥 나서는 옛 모습 그대로다.

실물경제도 후퇴하고 있다. 중국보다 40배 비싼 땅값, 10배 비싼 임금, 2배 많은 세금만 해도 경쟁하기 어려운데 노사분규는 갈수록 격해지고 때를 가리지 않는다. 정부의 정책 표류와 규제까지 겹쳐 기업은 길을 잃고 있다. 제조업 공동화(空洞化)가 현실로 닥쳤다.

지금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면 일류국가로 도약할 기회를 영원히 잃고 낙후국가로 전락할지 모른다. 다시 경제위기가 닥친다면 그때는 외국인에게 팔 자산도 없고 재정으로 불을 끌 능력도 없다. 그래서 6년 전에 가졌던 공멸(共滅)의 위기의식을 다시 떠올려야 한다. 정부 기업 근로자 등 모든 경제주체들이 안이한 현실인식과 막연한 낙관론, 우선 나만 더 갖겠다는 이기심에서 벗어나 모두의 파이를 키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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