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강금원씨 개인비리뿐인가

  • 입력 2003년 12월 2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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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을 배임 조세포탈 등 개인비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들에게 돈을 주거나 노 캠프에 대선자금을 지원한 부분을 제외했다. 노 대통령 또는 측근들과 직접 연결되는 부분이 빠짐으로써 여론무마용 ‘먼지털이식 수사’라는 의심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검찰은 강 회장이 회사 돈 50억원을 빼돌려 어디에 사용했는지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 강 회장은 “대선 때 노 후보를 상상을 초월하는 방법으로 도와줬다”고 밝혔는데 과연 무슨 돈으로 어떻게 도왔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급선무다. 강 회장이 회사에서 빼낸 돈으로 이기명씨의 용인 땅을 사주고 장수천 전 대표 선봉술씨에게 9억5000만원을 빌려주었다가 9억3000만원을 돌려받은 것이 전부라면 ‘대선 때 상상을 초월하는 후원’과는 아귀가 맞지 않는다.

강 회장은 ‘정권 내 제1야당 총재’라며 큰소리를 쳤다. 그러나 영장에 기재된 혐의가 사실이라면 그도 결국 사업을 키우고 비리를 덮기 위한 방패막이로 새로운 집권세력에 접근했다는 비난을 들을 수밖에 없게 됐다. 강 회장은 청와대 인사에 관여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 “내가 입을 열면 여러 사람이 다친다”는 말까지 거침없이 했다. 일개 중소기업인인 강 회장이 이처럼 ‘소통령’ 소리를 들을 만큼 안하무인으로 행동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인가. ‘개인비리’ 정도로는 국민을 납득시키지 못한다.

노 대통령은 국회를 통과한 측근비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으나 강씨의 비리 혐의가 드러남으로써 특검 거부 명분이 더욱 약해졌다. 오히려 측근비리에 대한 야당의 추궁이 없었다면 검찰이 대통령의 오랜 후원자였던 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검찰 수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검찰은 노 대통령의 측근 중에서 강 회장으로부터 누가 얼마를 받아 어디에 썼고, 이것이 강 회장 개인비리와는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남김없이 밝혀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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