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피플]흥행 ‘보증수표’ 윤제균 감독과 ‘부도수표’ 김민종의 만남

  • 입력 2003년 12월 2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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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의 ‘보증수표’와 ‘부도수표’가 만났다. 영화 ‘낭만자객’의 윤제균 감독(34)과 김민종(32). 흥행에 얽힌 두 사람의 사연이 흥미롭다. 김민종은 탤런트와 가수로 정상에 올랐지만 영화에서는 매번 쓴잔을 마셨다. 1988년 ‘내 사랑 돈키호테’ 이후 이번 영화가 24번째 출연작. 하지만 그를 영화배우로 기억할 만한 작품을 찾기란 쉽지 않다. 반면 윤 감독은 2001년 데뷔작 ‘두사부일체’(350만 명)에 이어 2002년 ‘색즉시공’(420만 명)으로 흥행 대박을 터뜨렸다. 서로 다른 의미로 ‘흥행에 관한 한 묻지 말라’고 주장해온 두 사람을 1일 만났다. (5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가)》

○윤제균의 삼고초려(三顧草廬)

‘흥행 감독’ 윤제균의 배우 캐스팅 0순위는 언제나 김민종이었다. ‘두사부일체’ 때는 김민종의 단골 미용실에서 1시간 반을 기다렸다 만났지만 캐스팅에는 실패했다. ‘색즉시공’ 시나리오도 보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이번 ‘낭만자객’을 준비할 때는 아예 그를 만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두사부일체’의 시나리오는 재미있게 봤습니다. 하지만 이미 다른 작품을 하기로 한 상황이었죠. 내가 안하면 영화가 ‘엎어진다’는 말을 듣고… ‘색즉시공’은 그 엽기발랄한 시나리오에 비위가 상해 보자마자 덮었죠.” (김민종)

○흥행 보증수표가 본 김민종론

김민종은 ‘나비’를 끝으로 영화는 정말 내 길이 아닌 것 같아 마음을 접었다고 한다. 하지만 “도장 찍었다. 무조건 해라. 계약 깨지면 내가 고소당하니까 알아서 하라”는 당시 그의 매니지먼트 회사인 ‘태원 엔터테인먼트’ 정태원 대표의 애정 어린 권유가 그를 ‘마지막 승부’로 이끌었다.

“‘이것이 법이다’(2001년) ‘패밀리’(2002년) ‘나비’(2003년 4월)까지 잇따른 흥행 실패로 상처받기보다는 멍한 느낌이었어요. 이번 ‘낭만자객’은 윤 감독의 기(氣)에 맡겼어요. 윤 감독은 흥행 감독이고, 난 관객 100만 명을 넘겨본 적이 없거든요.”

왜 흥행 보증수표가 부도수표를 애걸복걸 따라다닌 걸까?

“민종씨는 눈빛에 힘을 주는 드라마 속 캐릭터와 달리 인간적인 매력이 훨씬 강한 배우입니다. 난 정말 좋은 사람과 어울리면서 작업하고 싶었습니다.” (윤 감독)

○흥행을 위해서라면 쌈마이라도…

‘낭만자객’은 청나라의 간섭으로 혼란스러운 조선시대에 활동한 자객단이 주인공이다. 주로 자객단 뒤치다꺼리를 하는 ‘수습 자객’ 요이(김민종)의 꿈은 하루빨리 돈을 벌어 어린 동생 달래(고주연)와 행복하게 사는 것. 자객단은 어느 날 흉가에서 처녀귀신들의 희망이 담긴 눈물병을 술로 착각해 마신 뒤 귀신들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나선다. 웃음과 엽기, 무협과 섹스 코드로 무작정 관객들을 웃기던 영화는 달래가 청군(淸軍)에 의해 비참하게 살해되면서 반전(反轉)을 맞는다.

“난 말하고 싶은 주제가 없으면 영화를 하지 않습니다. ‘두사부일체’는 사학 비리를, ‘색즉시공’은 책임 없는 사랑의 문제점을 경고했죠. 문제는 접근방식입니다. 정통적 방법도 있고 고급스럽게 가는 수도 있죠. 아니면 저 같은 ‘쌈마이’(3류라는 뜻의 은어)도 있구요.”

자신을 쌈마이로 표현한 윤 감독의 상업영화에 대한 생각은 확고하다. 그는 “제작비 30억, 40억을 쓰는 감독이라면 흥행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정통으로 다뤄 관객이 외면하는 것보다는 관객이 몰리는 ‘쌈마이’가 낫다”고 말했다.

○김민종의 키스신과 누드신

삼고초려에 대한 윤 감독의 ‘복수’일까. 카리스마 하나로 버텨온 김민종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불행’이 다가온다. 예랑(최성국)과의 ‘남남(男男)키스’에 이어 막판 청군과의 대결에서 요이가 바지를 까 내리는 황당한 검법은 원래 시나리오에 없었다.

“‘바지를 벗으라고’ 2개월간 작업이 들어오더군요. 내가 이것까지 해야 되나 버티다 찍었습니다.”

결국 이 장면은 모자이크로 처리됐다. 윤 감독은 “감정이입이 된다면 절대 웃을 수 없는 슬픈 장면”이라고 말했다.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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