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현대 경영권 무산될듯…엘리베이터株 20.6% 처분명령

  • 입력 2003년 12월 2일 17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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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은 2일 금강고려화학(KCC)이 신한BNP파리바투신운용의 사모펀드와 3개 뮤추얼펀드를 통해 사들인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20.6%에 대해 처분명령을 내리기로 내부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주식처분명령이 내려지면 KCC의 현대그룹 인수합병 시도는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금감원은 늦어도 내년 1월 중순까지 증권선물위원회에 주식처분명령 안건을 올린다는 계획. 공시의무 위반으로 주식처분명령이 내려지는 것은 1999년 통합 금감원이 출범한 이후 처음이다.

▽금감원의 강경방침 배경=과거에도 ‘지분이 5%를 넘어서거나 1% 이상 지분변동이 이뤄지면 5거래일 이내에 공시해야 한다’는 규정을 위반한 기업이 있었지만 사유가 대부분 업무착오였기 때문에 처벌은 주의적 경고에 그쳤다.

그러나 금감원이 KCC에 대해 현대 엘리베이터 ‘주식처분명령’이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온 것은 KCC 정상영(鄭相永) 명예회장이 의도적으로 공시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분공시의무제도의 취지가 ‘기존 대주주에게 경영권 방어기회를 주기 위해서’인데 KCC가 이 같은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른 것.

정 명예회장이 신한BNP의 사모펀드를 통해 사들인 12.8%는 논란이 있었지만 정정공시를 통해 경영권 인수 목적임을 밝혔기 때문에 처분명령 대상에 포함시켰다.

금감원 이영호(李永鎬) 부원장보는 “시장에 유사한 사례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시장질서를 확실히 잡겠다”며 강경대응 방침을 밝혔다.

▽KCC, 적대적 인수합병 무산 가능성=증선위의 최종결정이 남아있지만 주식처분명령이 뒤집어질 가능성은 낮은 상태다. 주식처분명령이 내려지면 KCC는 3개월 이내에 증시에서 팔아야 한다.

명령대상 지분 20.6%를 우호세력에 넘길 수 없다. 매각이 이뤄지면 KCC의 지분은 10.6%로 떨어져 현대엘리베이터 현정은(玄貞恩) 회장측 지분 24.3%에 한참 못 미친다.

따라서 현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 1000만주 유상증자의 성사 여부와 상관없이 경영권을 지킬 가능성이 커졌다.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13.1%를 확보한 범 현대가문 6개 계열사는 가급적 중립을 지킨다는 방침이어서 정 명예회장 지지 여부가 불확실하다.

한편 서울지법 민사50부는 이날 현대엘리베이터가 KCC 자회사인 금강종합건설을 상대로 낸 자사주 8만주의 주식처분금지 가처분신청을 10억원 공탁조건으로 받아들였다. 이 역시 현 회장측에 유리한 결정.

현대엘리베이터는 “금강종합건설이 경영권 방어를 내세워 자사주 8만주를 사갔으나 경영권 장악이 목적이었음이 드러났다”며 8만주의 제3자 매각을 금지시켜 달라는 소송을 낸 바 있다.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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