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조기유학 길라잡이<上>실패하지 않으려면

  • 입력 2003년 12월 2일 16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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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명문고 세인트폴스 스쿨의 입학담당자들이 최근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학부모설명회에 참석해 우리나라 학부모들과 얘기하고 있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미국 명문고 세인트폴스 스쿨의 입학담당자들이 최근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학부모설명회에 참석해 우리나라 학부모들과 얘기하고 있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미국의 중고교로 자녀를 유학 보내려는 학부모들이 많다. 철저한 준비 없이 유학을 떠나면 실패하기 쉽다. 미국에서 중고교를 다녔고 미국 유학 지원자를 많이 도와준 재미교포 콜린 박의 ‘중고생 미국 유학정보’를 두 차례에 걸쳐 싣는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미국 사립 고등학교 설명회가 있었다. 60여개의 미국 사립 고교들이 테이블을 마련해 질문을 받고 학교에 관한 책자를 나눠주었다. 잠시 둘러본 뒤 각 학교 테이블로 가서 교포가 아닌 한국인 유학생의 수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았다. 대부분 지명도가 낮은 외곽에 있는 학교들이었는데도 학교마다 한국인 학생 수가 10명이 넘었다. 심지어 어떤 학교는 학생 전체의 20%가 한국인 학생들이었다.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단지 교육을 받기 위해 말과 문화가 다른 나라로 가야한다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그러나 미국 사립고교의 다양한 커리큘럼과 공부에만 치우치지 않는 교육시스템을 한국의 교육현실과 비교해 보면 왜 아이들을 미국에 보내고 싶어하는지 충분히 이해가 되긴 한다. 미국 사립고교가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우수한 학교인 경우 넓은 캠퍼스에 수십개의 빌딩들, 농구장, 수영장, 야구장, 축구장, 음악실, 미술실, 수만권이 넘는 책들을 가진 도서관 등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학교들과 가장 큰 차이가 나는 부분은 이렇듯 화려한 학교의 시설들보다는 오히려 교육 시스템이다.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은 매주 16개의 과목을 공부해야 하고, 학교가 끝나면 과외나 학원은 기본이며, 고 3때는 수능시험 때문에 1년 내내 밤을 새우다시피 공부해야 한다.

이에 비해 미국 사립고교는 보통 5개 과목 정도만 들으면 되고, 나머지 시간에는 운동이나 과외활동, 봉사활동을 하며 지낸다. 거기에다 미국에는 수능시험과 같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시험이 없어 과외나 학원이 없으며,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밤을 새우면서 시험을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교육과 대학입시제도에 획기적인 변화가 생기지 않는 이상, 미국으로의 유학은 앞으로 더 늘면 늘었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이렇게 늘어만 가는 미국 중고교로의 유학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항상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아주 다른 환경과 언어에 적응하는 것이 나이 어린 학생들에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 나은 교육환경을 제공하려던 것이 오히려 나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다.

러나 우리나라의 교육환경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또는 좋은 환경에서 그것도 영어로 교육받게 해 주고 싶어 아이를 꼭 미국에 유학시키려 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내 아이가 그곳에서 적응할 수 있을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그 다음이 영어이다. 유학의 경우 현지에 도착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학교를 다녀야 하므로 영어도 부족하고 미국문화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공부나 그 밖의 학교생활에 적응하기란 힘들다. 거기다 기가 죽어 친구들도 제대로 못 사귀게 되면 더욱 영어를 배우지 못하게 된다. 미국 생활에서 언어의 장벽보다 더 큰 어려움은 없다. 유학을 가기 전에 미리 영어를 확실히 준비해야 한다.

콜린 박 서울대 해외유학상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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