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마고 할미는…'할미가 오줌 누면 바다가 된대요

  • 입력 2003년 12월 2일 16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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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 할미는 어디로 갔을까/진은진 글/160쪽 7800원 해토어린이(초등 저학년)

출판계에서 어린이 책 출판이 차지하는 비율은 최근 몇 년 사이에 급격하게 늘어났다고 한다. 그러나 그렇게 많은 책들 중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꼭 읽히고 싶은 책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름이 알려져 있는 작가의 작품뿐만 아니라 신진 작가의 신선한 작품도 다양하게 읽을 준비는 되어 있지만 그것 역시 기대보다 못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글을 볼 때는 성급한 마음에 표제작부터 보는 때가 많다. 표제작은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도 하고 끝까지 읽는데 인내심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책은 적어도 내게는 성공한 셈이다. 그렇지만 아쉬움도 많이 남는 책이다.

표제작 ‘마고 할미는 어디로 갔을까’는 제주도에서 전해 오는 창세 신화 ‘설문대 할망’ 이야기를 패러디한 작품이다. 이미 어른이 된 주인공이 어렸을 때 들었던 마고 할미 이야기와 부모님과 떨어져 할머니댁에서 살았던 때의 추억을 회상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신화속 이야기와 현실의 할머니를 견주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신화를 알 수 있게 한 점이 신선했다. 병실에 누워 어린 아기처럼 기저귀를 차고 울고 있는 할머니도 예전에는 마고할미처럼 억센 팔과 다리로 세상 일을 척척 해 냈을 것이다. 아쉬운 점은 회상 형식의 글이기 때문인지 주인공 인희의 삶이 너무 피상적이라는 점이다. 신화로만 끝나는 이야기가 아닌 한편의 동화인데 주인공 인희의 삶이 보이지 않는다. ‘할머니의 틀니를 찾아라’에서는 어린 동생이 저지른 일 때문에 누명을 쓰게 되지만, 끝까지 동생의 ‘비밀’을 지켜주는 믿음직스러운 주인공이 나온다. 동화에서 다소 흔한 이야깃거리이지만 수수한 문체가 주인공과 닮은 듯하여 흐뭇하다. 이 밖의 이야기들은 대부분 어린 주인공과 어른 사이의 따뜻한 교감과 그것을 추억하는 이야기들이다.

동화는 대체로 어린이가 주인공이며 읽는 이 또한 어린이들이다. 그런데 많은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실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저 따뜻하고 아름다운 것만을 보여주려고 한다. 아이들이라지만 현실은 때로 고단하기도 하고 버겁기도 할 텐데 말이다. 동화 속 세상과 실제 삶과의 괴리가 크면 클수록 아이들은 더욱 혼란스럽지 않을까?

오혜경 주부·서울 금천구 시흥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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