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위기그룹 대표 “한국, 유엔 차원서 파병 고려해야”

  • 입력 2003년 12월 1일 19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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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일기자
박주일기자
“이라크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소수 망명세력에 의존한 결과 실수가 잦았다.”

국제위기그룹(ICG) 한국사무소 개설을 타진하기 위해 서울을 찾은 개리스 에번스 ICG 대표는 1일 미국의 이라크 정책에 대해 “전반적으로 올바르다”는 전제를 붙였지만 따끔한 충고를 던졌다.

ICG는 국제분쟁을 예방, 해결하기 위해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다국적 비정부기구(NGO)로 벨기에 브뤼셀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각국과 공익재단의 후원을 받고 있다.

1988년부터 96년까지 호주 외무장관을 지낸 에번스 대표는 이날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북한 핵 문제를 미국 중국 등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한국 스스로)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인 2명이 이라크에서 테러로 사망하면서 파병 및 재건 참여에 논란이 일고 있다.

“이라크 재건사업은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주도해야 한다. 그래야 이라크전쟁이 미국의 점령전이라는 인식을 희석시킬 수 있다. 한국도 ‘유엔 회원국으로서 재건 노력에 동참한다’는 데서 파병 논리를 찾아야 한다.”

―유엔까지 테러 공격을 받고 있는데….

“ICG 현지조사 결과 대다수 이라크인들은 유엔과 미국을 구분하고 유엔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믿고 있다. 따라서 다국적군은 이라크 병력이 완전히 치안을 장악하고 민주정부가 수립될 때까지 주둔해야 한다.”

―외국군이 철수하면 종교·민족간에 충돌 가능성이 있는데….

“연방제에 기반을 둔 통일 이라크 건설은 가능하다. 과도정부가 종교·민족별 인구 배분에 따라 구성됐는데 다른 기구들에도 일률적으로 이 원칙이 적용되는 게 문제다. 통합에 기반을 둔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현재 진행 중인 북한 핵문제 해법에 대한 평가는….

“ICG는 다자간 협상틀에서 ‘북한에 더 요구하고, 대신 대가를 더 제공한다’는 접근법을 제시했다. 핵사찰과 핵동결을 요구하고 대가로 불가침 약속, 경제지원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최악의 경우 군사행동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

―호주 정부가 미국이 주도하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구상(PSI)에 앞장서는 이유는….

“테러와 대량살상무기(WMD), 그리고 WMD 수출은 세계에 가장 큰 위협이다. 모든 국가가 깊이 숙고해야 한다. PSI는 북한만을 노린 것이 아니라 이 같은 새 전략의 하나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재선되면 대북 정책 방향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부시 행정부는 협상을 통한 해법을 정책 방향으로 잡았다. 재선돼도 그 기조는 계속될 것이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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