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 “통치권 조기이양 계획 문제 많다”

  • 입력 2003년 12월 1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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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주둔 미군 사상자가 크게 늘면서 미국이 이라크 점령을 조기 종결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이 잇달아 지적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적지 않은 이라크 전문가들이 내년 7월 1일까지 민주 정부를 구성하겠다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계획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시기를 못박음으로써 미국이 쓸 수 있는 ‘지렛대’를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뉴욕타임스도 치안이 불안한 상황에서 미군의 ‘조기 귀국’ 가능성을 내놓음으로써 이라크인들을 더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고 느끼는 이라크인들은 미군 철수 이후의 보복을 두려워해 협조를 꺼릴 수밖에 없다는 것.

여기에 이라크내 종파간에 얽히고설킨 복잡한 정치적 이해관계도 미국의 조속한 통치권 이양 계획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라크 다수파인 시아파의 최고 성직자 아야톨라 알리 시스타니가 미국의 주권이양 계획에 반대하며 직접선거 실시를 주장하고 나서자 미군의 영향 아래 있던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도 정치적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과도통치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임시 의회 구성을 위한 최선의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위원회를 새로 설치하는 등 내년 7월 권력이양 계획을 재고하려는 움직임을 구체화하고 있다.

과도통치위 시아파 지도자 압델 아지즈 알 하킴은 또 이날 이라크 주권이양 방법에 관해 이라크인의 의견을 직접 듣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말했으나, 다른 일부 위원이 이를 부인하는 등 갈등을 내비치고 있다.

미국의 통치권 조기이양 발표 이후 폴 브리머 이라크 최고행정관의 레임덕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문제. 그는 이런 당파 싸움을 조정해야 할 주역이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은 전후 처리와 관련해 이라크 군경이 치안유지 임무를 계속 담당하는 상황에서 난민 문제만을 상정해 치안문제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고 뉴욕타임스는 덧붙였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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