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흉물로 변한 영화세트장…건립중단 뒤 1년방치

  • 입력 2003년 12월 1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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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알프스’의 한 자락인 울산 울주군 상북면 천황산(해발 1189m) 억새평원에 대규모 영화세트장이 건립되다 중단된 채 1년여동안 방치되고 있어 환경훼손이 가중되고 있다.

영화제작사인 ㈜기획시대는 지난해 10월 억새평원 내 3000여평에 영화 ‘방아쇠’(감독 박광수)를 촬영하기 위한 세트장을 착공했다.

영화사측은 비무장지대 근무 사병과 처녀귀신간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영화 ‘방아쇠’ 촬영을 위해 실물크기의 비무장지대 초소(GP) 4개와 내무반 족구장 전망대 등을 건립했으며 세트장 주위에는 2∼3m 높이의 철조망이 설치됐다.

영화사측은 “강원도에서 1년간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물색한 결과 천황산이 수십년간 민간인의 손이 닿지 않는 비무장지대의 자연림을 가장 잘 재현할 장소여서 영화 촬영지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울주군도 영화가 완성되면 세트장 주변 120만평에 펼쳐진 사자평 억새평원이 전국적으로 알려져 관광객 유치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영화 제작비(총 제작비 25억원) 1억5000만원을 지원키로 했다.

영화사측은 그러나 세트장 착공 한달여만에 “제작비 조달이 쉽지 않다”며 공정 80%에서 세트장 건립 공사를 중단한 뒤 현지에서 철수, 영화촬영을 사실상 포기했다.

이 때문에 세트장의 철조망은 녹이 슬고 9월의 태풍 ‘매미’때 파손된 내무반과 초소 등 각종 시설물이 방치되고 있다.

특히 영화사측은 억새평원을 깎아 세트장을 건립하면서 콘크리트로 기초공사를 한 뒤 철조망 등 각종 시설물을 설치했기 때문에 철거도 쉽지 않은 상태다.

울주군은 “수차례에 걸쳐 영화촬영 독촉을 영화사측이 수용하지 않았다”며 “영화가 완성되면 지원키로 한 제작비는 불용(不用)예산으로 처리해 이달 말까지 반납하고 영화사측에 세트장 철거를 촉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울산=정재락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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