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위 무기’ 이대로는 안 된다

  • 입력 2003년 12월 1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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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각종 시위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찰과 시위대간의 격렬한 난투극은 법과 질서가 무너지고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우리 사회의 현 주소를 한눈에 보여준다. 도심 한복판에서 가스통 폭발음과 함께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경찰과 노점상이 각목과 쇠파이프로 난타전을 벌이고 있는 장면은 마치 시가전을 연상시킬 정도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시위현장에 등장하는 각종 시위도구가 단순한 ‘시위용품’을 넘어 ‘살상용’에까지 이르고 있다는 현실이다. 지난달 민주노총의 서울 도심 시위 때 신체에 치명적 손상을 줄 수 있는 ‘너트 새총’이 등장해 사람들을 놀라게 하더니 며칠 전 상도동 재개발 현장에서는 철거반원이 방패로 사용하는 철제문짝이 쇠구슬에 관통된 사례도 있었다. 앞서 전북 부안에서는 아스팔트를 녹아내리게 할 정도의 위력을 가진 염산탄을 비롯해 쇠파이프에 용접한 낫, 해머, 쇠스랑 등 살벌한 농기구들이 등장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데 대한 근본책임은 역시 정부에 있다. 이해 당사자들간의 조정과 중재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채 ‘최악의 상황’을 자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각한 충돌이 예상되는 철거현장을 행정관청이나 철거회사에 맡기고 뒷짐을 지고 있는 것은 책임있는 정부의 태도가 아니다. 공권력은 필요할 경우 과감한 초동 진압으로 시위가 폭력화하는 것을 막고 질서를 회복해야 할 책무가 있다. 검찰과 경찰은 살상무기 제작 및 유포 경위를 철저히 수사하고 관련자들을 엄벌해야 한다.

영세민들의 생존권도 물론 존중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를 표현하는 방식이 ‘도심테러’를 연상시킬 정도로 과격하거나 살상용품을 제작해 사용할 정도에 이른다면 결코 여론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 이 같은 사태가 더 큰 폭력을 불러일으키고, 자칫 모든 것을 잃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이제 폭력시위는 어떤 명분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는 사회적 합의가 실천되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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