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용옥/派兵 안전대책 절실하다

  • 입력 2003년 12월 1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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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주둔 미군 및 다국적 파병군, 경찰서, 유엔 요원, 국제적십자 요원, 외교관, 민간인 등에 대한 이라크 저항세력의 무차별적인 테러 공격이 가열되고 있다. 그런 와중에 11월 30일에는 바그다드 북부 티크리트 인근 고속도로에서 이라크 재건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인들이 정체불명 무장괴한의 총격으로 2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원칙흔들리면 그들에 ‘승리’ 주는꼴 ▼

추가 파병 문제를 놓고 찬반 여론이 들끓고 있는 시점에 날아든 이 비보로 인해 앞으로 파병 명분과 성격 규모 역할 등에 관한 국민적 관심은 물론 우리 정부의 파병 결정과 추진계획의 향배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질 것이다.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3월 20일 이라크 공격을 개시해 5월 1일에는 주요 작전의 종결을 선언했다. 그 뒤 미국은 이라크 내 잔존 저항세력의 소탕과 전후 복구 및 안정화 작전을 수행 중이다. 개전 이래 최근까지 미군 및 동맹군의 인명 희생은 전투원과 비전투원을 모두 합해 사망 470여명, 부상 1920여명에 이른다. 이 중 사망자의 약 88%, 부상자의 약 95%가 미군이다. 특히 5월 1일 주요 작전 종결선언 이후의 인명 희생이 이라크전 개전 이후 총 희생자의 65%에 이르고 있다.

이 같은 통계는 현재 이라크 내 상황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즉 이라크는 현재 ‘재건’과 ‘비정규전’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며 특히 저항세력들이 무차별 테러 암살 파괴 등 소위 ‘비대칭전’을 감행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하는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이다.

국제사회는 이런 상황을 외면할 수도, 회피할 수도 없다. 외면이나 회피는 테러 위협에 대한 국제사회의 굴복을 의미하며, 이는 또한 이라크 문제는 물론 중동평화, 반테러 전쟁,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 등 모든 주요 국제안보 현안의 해결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현 이라크 난국은 결코 미국 혼자의 힘과 노력만으로는 타개해 나갈 수 없다. 특히 저항세력들의 자살폭탄테러와 같은 비인간적인 공격 행태는 정규전 개념만으로는 대처가 불가능하다. 가급적 많은 나라들이 다국적 파병군에 참여함으로써 국제적 대응의지를 결집하고 과시해야 한다는 요청은 그래서 제기되는 것이다.

이라크 저항세력들이 이탈리아 스페인 일본에 이어 한국까지, 파병을 했거나 준비 중인 나라의 사람들에 대해 테러를 감행하는 이면에는 이 같은 국제적 공동대응 노력을 이간시켜야 한다는 확실한 전략적 목표가 있다고 봐야 한다. 이 점에서 볼 때 우리 정부의 이라크 파병 원칙은 결코 흔들려서는 안 될 것이다. 파병 원칙이 흔들린다면 이는 테러 세력에 전략적 승리를 안겨 주는 꼴이 되는 것이다.

또 정부의 파병 결정은 이라크 내의 저항이 계속될 가능성, 공격 목표가 미군으로 국한되지 않고 다른 파병국의 군이나 민간인, 심지어 이라크 자국인도 포함될 가능성을 충분히 상정하고 이뤄진 것이다. 전후 처리에 있어서의 ‘치안 유지’가 ‘재건’과 함께 파병부대의 핵심 기능으로 설정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라크 파병 결정은 이런 모든 위험을 감안한 결정이었던 것이다. 위험하지 않은 곳이라면 건설지원이든 의료지원이든 군대가 갈 필요가 없다. 위험하기 때문에 군대가 필요한 것이다.

▼美와 안전협조 체계 구축해야 ▼

현지 교민 및 군인에 대한 정부 차원의 안전대책도 긴요하다. 현지 공관 요원과 교민 등에 대해서는 외교통상부 주관으로 유사시 인접국 피신 등 대비 조치가 취해지겠지만 국방부는 특히 현지에서 미 군정 당국 또는 군부대와의 긴밀한 상호 연락 및 협조체제를 확고히 구축해야 한다. 이 문제는 파병 관련 대미 협의시 짚어 봐야 할 사안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기본적인 것은 추가 파병군을 테러 대비가 확실하게 가능한 성격과 규모로 편성함으로써 우리 군 장병에게 안전감과 자신감을 주는 것이요, 또 특정지역에 대한 독자적 임무수행으로 이라크 재건과 대민 지원을 적극 추진함으로써 현지 주민들과의 우호관계를 다지는 것이라 하겠다.

박용옥 한림대 교수·전 국방부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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