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쟁력 해치는 3N(나리타·NTT·일본어)

  • 입력 2003년 12월 1일 17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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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관문인 나리타공항은 연발 및 연착이 잦기로 악명 높다. 정시에 출발하는 비행기가 거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 이유는 활주로가 최근까지 단 하나뿐이었기 때문. 1978년 문을 연 이후 지난해 4월까지 활주로 하나로 24년을 버텼다.

건설교통부 여형구 공항계획과장은 “각국이 동북아 허브 국가가 되기 위해 물류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시대에 나리타공항은 일본의 경쟁력을 떨어뜨린 대표적인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 배경에는 일본 고유의 ‘합의문화’가 있다. 일본 정부는 1980년대 말 활주로 증설 공사를 시작했지만 토지 소유자들이 수용에 응하지 않는 통에 완성되기까지 16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협상과 보상 작업이 거듭된 끝에 새 활주로가 완성됐지만 결국 일부를 수용하지 못해 기존 계획보다 300m 이상 짧아졌다. 합의를 존중하고 이해 관계자들이 합의를 해야 일이 진행되는 일본 문화가 빚어낸 일이다.

‘3N’이 일본 경쟁력을 해치고 있다는 말이 있다. 나리타공항, NTT, 니혼고(일본어).

또 하나의 N인 NTT는 한국의 KT(옛 한국통신)에 해당하는 일본의 국영통신회사. NTT는 종합정보통신망(ISDN)에 대한 투자는 남보다 일찍 했지만 여기에 안주하는 바람에 새로운 기술인 초고속통신망(ADSL)을 제때 도입하지 못했다. 이동통신 분야에서도 1990년대 말 미국식이나 유럽식이 아닌 자신들의 독자 표준인 PDC 방식을 고집하다가 해외 진출을 못하고 내수용에 그치고 말았다.

일본에 진출한 국내 통신업체 관계자는 “100% 민영화된 KT와 달리 NTT는 여전히 정부 지분이 40%에 이르고 인원도 20만명이나 되는 거대 조직”이라며 “관료주의적 조직문화 때문에 의사결정속도가 늦고 일단 결정되면 상황이 바뀌어도 재론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어도 경제적 측면에서의 국제경쟁력만 따지면 어쨌거나 약점이다. 일본어 사용자가 1억2000만명에 이르고 일본 내에서 일본어만 하면 생활하는 데 문제가 없기 때문에 굳이 외국어를 배울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것.

정보화 시대에 일본문자도 한글에 비해 불편하다. 컴퓨터로 문서를 작성할 때 대학(大學)을 뜻하는 ‘다이가쿠’를 입력할 경우 통상 영어로 ‘da i ga ku’라고 친 후 화면에서 변환한다. 히라가나, 가타카나, 특수문자 등 일본문자를 모두 컴퓨터 자판에 다 나타낼 수 없어 보통 영어알파벳을 이용하는 것.

아사히신문 다카쓰키 다다나오(高槻忠尙) 서울특파원은 “브리핑을 들으면서 바로 자판을 두드리는 한국 기자들을 보고 놀랐다”며 “일본어 표기에는 한자변환까지 해야 해 들으면서 동시에 입력하는 것은 힘들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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