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核딜레마…국제압력 밀려 사찰 수용 강경파반발 곤혹

  • 입력 2003년 10월 31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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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정부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의 압력에 밀려 핵 개발을 포기하겠다고 하자 ‘핵 개발은 국가적 자존심’이라는 반발이 거세지면서 내홍을 겪고 있다.

AP통신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 중단과 핵시설 사찰 허용 의사를 밝히는 한편으로 “이 조치는 치욕스러운 후퇴가 아니다”며 국내 반발을 무마하느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31일 보도했다.이란은 31일까지 핵개발 의혹을 해명하도록 최후통첩을 받은 가운데 최근 IAEA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사무총장과 영국 독일 프랑스 3개국 외무장관들이 잇따라 테헤란을 방문해 압박을 가하자 핵확산금지조약(NPT) 추가의정서에 서명하겠다고 공표했다.

이란은 지난달 23일 IAEA에 핵관련 보고서를 제출했고,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30일 “보고서에 포괄적이고 정확한 내용들을 담았다”고 평가했다. 이란 핵의혹 해소에 대한 공식 평가는 20일 IAEA 이사회에서 나올 예정이다.

그러나 지난달 24일 테헤란에서는 1500여명의 강경파들이 ‘협상 거부, 굴복 반대’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고, 26일에도 20여명의 성직자가 죽음도 불사하겠다는 표시로 흰 수의를 입은 채 ‘타협파에게 죽음을’이라고 소리쳤다.

이슬람 학생협회 지도자인 이브라힘 샴시리는 “이란은 미국의 위협이나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핵무기를 개발해야 한다”며 “NPT 추가의정서에 서명할 경우 정부는 대규모 시위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의 한 정치분석가도 “정치적 내분과 사회, 경제적 곤경에 빠져있는 인구 7000만명의 국가에서 핵 프로그램은 ‘자존심의 원천’”이라고 주장했다.

이란 정부는 우라늄 농축 중단과 핵시설 사찰 허용은 핵에너지 기술을 얻기 위한 전략의 하나라며 반대론자들을 다독거리고 있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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