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보유세 개편]稅올려 투기잡기… 조세저항 우려

  • 입력 2003년 10월 31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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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전국철거민협의회 등 시민단체 회원 100여명은 31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정부의 10·29부동산시장 안정 종합대책이 미흡하다며 항의시위를 했다. -권주훈기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전국철거민협의회 등 시민단체 회원 100여명은 31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정부의 10·29부동산시장 안정 종합대책이 미흡하다며 항의시위를 했다. -권주훈기자
정부가 31일 내놓은 보유세 개편방안은 투자용 주택에 대한 세금을 무겁게 물리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유 부담을 높여 집을 팔게 해 주택 유통량을 늘리겠다는 의도이다.

그러나 집값을 낮추려는 의도에서 세 부담을 지나치게 늘릴 경우 자칫 조세저항을 불러올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이날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간담회에서 “보유과세 강화방안에 따르면 대치동 31평형 아파트의 보유세는 투자목적인 경우 올해 40만원대에서 내년 100만원, 2005년엔 425만원으로 인상된다”고 단언했다.

▽내년 보유세 2∼3배 증가=2004년에는 우선 재산세 과표 산정 때 적용되는 가감산율을 면적 기준에서 가액 기준으로 바꾼다. 평형이 같다면 가격과 상관없이 같은 세율이 적용되는 현행 과세체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가감산율을 m²당 75만원(평당 247만원) 이하이면 ―5∼―20%, m²당 100만원(평당 330만원) 초과는 5∼60%를 적용한다. 또 가감산율 최고 한도를 60%에서 100%로 높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땅에 붙는 종합토지세는 전국 평균 과표 현실화율을 현행 36.1%에서 39.1%로 높인다. 공시지가 대비 과표를 39.1% 수준으로 인상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올해 공시지가가 30∼40%가량 오른 서울 강남권은 인상된 과표 현실화율까지 적용하면 결과적으로 종토세 과표는 34∼52%가량 급등한다.

이를 모두 감안하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31평형 재산세는 올해 8만7000원에서 내년에는 17만3000원으로, 종토세는 18만4000원에서 33만9000원으로 오른다. 여기에 가감산율을 100%로 올릴 경우 재산세가 22만8000원으로 뛴다.

▽2005년 비(非)거주 주택 세금 수십배 올라=2005년에는 종합부동산세를 새로 도입해 1가구 2주택 이상에 대해 집중 과세한다. 종합부동산세는 당초 땅에 대해서만 적용키로 했지만 건물에도 부과키로 했다. 땅이 많은 사람은 물론 집을 여러 채 갖고 있는 사람들도 보유세를 무겁게 물린다는 방침이다.

현재 전국 주택을 개인별로 합산해 누진세율을 매기거나, 집 주인이 직접 살지 않는 주택에 누진세율이나 최고세율(7%)을 부과하거나, 집과 부속 토지를 한데 묶어 중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 방침이 비(非)거주 주택에 대한 최고세율 부과로 결정되면 해당 주택의 재산세는 지금보다 수십배 뛸 가능성이 높다. 내년에 기준시가 기준으로 재산세 산정기준을 바꿔 세금이 큰 폭으로 오르는 데다 추가로 최고세율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35평형을 실제로 살지는 않고 투자용으로 갖고 있다면 올해 재산세는 28만원에 불과했지만 내년에는 99만원, 2005년에는 524만원으로 오른다.

이 기준을 똑같이 적용할 경우 타워팰리스 69평형의 2005년 재산세는 1060만원, 50평형은 792만원에 이른다.

특히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세금 개편안의 집중 표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지은 지 오래되고 크기가 작아 연간 재산세가 10만원도 안 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재산세 부과 기준이 면적에서 기준시가로 바뀌고, 비거주 주택에 대한 중과규정이 신설되면 세금이 크게 뛴다.

▽실현 가능성 있나=보유세는 전형적인 ‘장바구니 세금’이다. 소득이 발생하지 않아도 단지 부동산을 갖고 있다는 점만으로 세금을 물어야 한다. 이 때문에 보유세를 대폭 인상하면 심각한 조세저항이 우려된다.

특히 종합부동산세가 도입되면 세금이 2년 만에 10배 이상 오르는 결과를 초래하는 만큼 정부도 상당히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이를 반영하듯 종합부동산세를 3가지 방안으로 나눠 내년 상반기까지 공청회 등을 통해 충분한 검토와 의견수렴을 거친 뒤 확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과표를 올리는 대신 세율을 낮추고 과세구간을 조정해 세금 인상 폭을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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