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이상수 발언 우리도 헷갈려”

  • 입력 2003년 10월 31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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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이상수 의원이 대선 자금과 관련한 자신의 발언을 수시로 뒤집어 당내에서조차 비판이 무성하다. 그동안 이 의원은 대선 자금에 대해 발언을 한 뒤 파문이 일면 입장을 바꿔왔다. 하지만 결국 나중에 보면 ‘첫 발언’이 사실에 근접한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31일 현재까지 검찰 조사 결과 등을 통해 추정되는 노무현 대통령 대선자금 중 기업후원금은 107억원 안팎. 이는 이 의원이 3월 8일 민주당 사무총장 시절 기자들에게 “100대 기업에서 110억∼120억원을 모았다”고 밝힌 것과 거의 일치한다.

그러나 이 의원은 3월 발언 당시 논란이 일자 “희망돼지저금통 등을 포함해 70억원”이라고 일단 부인했다. 그는 7월 23일 대선자금 발표 때도 “기업 및 개인 명의 후원금은 74억5000만원”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나 31일 의원총회에서는 “나는 원래부터 기업후원금이 100억원 안팎이라고 했는데 (언론과) 분석의 각도가 다른 것 같다”며 다시 말을 바꿨다.

또 SK가 낸 후원금 25억원과 관련해 그는 3월 “SK가 가장 열심히 도와줬다. 최태원 SK㈜ 회장이 조사받고 있어 안타깝다”며 SK의 후원금이 가장 많았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SK비자금 사건이 터지자 그는 “상식 수준에서 받았다” “다른 기업보다 미미한 금액”이라며 말을 돌렸다. 그러다가 민주당이 대선자금 의혹을 제기하자 “SK가 가장 많이 준 것은 맞다”고 다시 첫 발언으로 돌아갔다.

결국 진실에 가까운 첫 발언을 한 뒤→논란이 일면 숫자를 바꾸고→해명과 상관없이 보도가 되거나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 원래 발언으로 돌아가는 식이다.

이 때문에 당내에 “이 의원이 덜컥 말을 쏟아낸 뒤 ‘주워 담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해명으로 의혹을 증폭시켰다”는 비판 여론이 높다.

하지만 대선자금 논란과 관련해 이 의원이 지난달 30일 총무위원장을 사퇴하자 동정 여론도 일고 있다. 김원기(金元基)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은 이날 의총에서 “대선 당시 변호사 출신을 선대위 총무본부장으로 임명하지 말자는 불평도 있었지만 이 의원이 꼼꼼하게 돈을 관리해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기자와 만나 “앞으로 돈 만지는 일은 안 하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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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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