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대선자금 추가 포착]검찰수사 'SK 문턱' 넘어서나

  • 입력 2003년 10월 31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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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재현 전 재정국장이 지난해 대선 기간 중 SK 비자금 등이 쌓여 있었다고 주장한 최돈웅 당시 재정위원장 사무실. 이 전 국장은 이 사무실에 100억원이 든 쇼핑백 100개와 현금이 든 라면박스 등이 쌓여 있었고 캐비닛에도 현금이 들어있었다고 말했다. -서영수기자
한나라당 이재현 전 재정국장이 지난해 대선 기간 중 SK 비자금 등이 쌓여 있었다고 주장한 최돈웅 당시 재정위원장 사무실. 이 전 국장은 이 사무실에 100억원이 든 쇼핑백 100개와 현금이 든 라면박스 등이 쌓여 있었고 캐비닛에도 현금이 들어있었다고 말했다. -서영수기자
《‘SK 비자금’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SK 이외의 다른 기업에 대한 수사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수사 확대가 불가피한 여러 단서 등이 확보됨에 따라 다른 기업들에 대한 수사가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검찰 내에서는 이르면 주말부터 한나라당과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측근인 최도술(崔導術)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에게 돈을 준 기업의 실무자들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대선자금=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30일 구속 수감된 이재현(李載賢) 전 한나라당 재정국장의 구속 영장에는 한나라당이 SK 이외의 다른 대기업에서도 불법 대선자금을 전달받은 정황이 자세히 적시돼 있다.

검찰은 이 전 국장에 대한 구속영장에서 “이 전 국장의 진술 등을 종합할 때 SK비자금 100억원을 옮겨 놓은 한나라당 재정위원장 사무실에 SK비자금 이외에 다른 불법자금이 함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 전 국장도 “재정위원장실의 가로 약 3m, 세로 최소 5m, 높이 1.2m 공간에 현금을 담은 라면박스와 A4용지 박스를 각각 4단으로, ‘SK 비자금 100억원’이 들어 있는 쇼핑백들을 약 1.2m 높이로 차곡차곡 쌓아 두었으며, 캐비닛과 4단 파일캐비닛에도 1만원권 현금 다발을 넣어 두었다”고 진술했다.

이 전 국장은 SK 100억원 이외의 현금이 당비 30억원이라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SK 이외의 다른 대기업에서 들어온 거액의 불법 대선자금이 포함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 전 국장과 SK에서 100억원을 받은 최돈웅(崔燉雄) 한나라당 의원, 다음 주 소환할 김영일(金榮馹) 의원 등에 대한 조사를 통해 다른 기업에서 얼마를 받았는지 등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이 그 과정에서 당 후원금 계좌 등을 조사할지도 관심거리다.

▽민주당 대선자금=지난해 대선 당시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총무본부장을 맡았던 열린우리당 이상수(李相洙) 의원이 SK 1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지원금은 모두 정상적으로 처리된 후원금이라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민주당의 대선자금에서 일부 수사 단서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안대희(安大熙)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은 31일 “민주당이 검찰에 제출한 대선자금 관련 자료를 검토한 결과 일부 비정상적인 자금의 흔적을 발견해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조만간 이 의원을 불러 SK를 포함해 삼성 등 5대 그룹에서 대선자금을 받은 경위와 불법성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특히 삼성이 낸 10억원 중 3억원이 불법적으로 처리됐는지 여부를 밝히기 위해 자금의 출처 등을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측은 당시 법정 한도액 7억원을 냈으나 민주당측이 10억원을 요구해 전현직 사장 3명이 개인 돈으로 각각 1억원씩을 낸 만큼 문제가 될 게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도술씨 금품수수=검찰은 SK비자금 11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최 전 비서관이 SK 이외의 다른 기업에서도 돈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금품수수 경위는 최 전 비서관에 대한 기소 시점인 3일 발표될 예정이지만 일단 최 전 비서관의 개인 비리와 관련이 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최 전 비서관의 추가적인 금품 수수 사실을 비자금 수사의 확대로 보는 것을 경계했다. 안 중수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건 개인 비리여서 (다른 기업들에 대한 수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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