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공관 100m內 금지 위헌’…“집회 자리 먼저 잡아두자”

  • 입력 2003년 10월 31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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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공관 100m 이내 집회 금지’ 규정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오자마자 시민사회단체들의 집회 신고가 한꺼번에 몰린 가운데 31일 집회 신고의 주된 타깃이 된 서울 세종로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경찰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이훈구기자
‘외국 공관 100m 이내 집회 금지’ 규정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오자마자 시민사회단체들의 집회 신고가 한꺼번에 몰린 가운데 31일 집회 신고의 주된 타깃이 된 서울 세종로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경찰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이훈구기자
‘외국 공관 100m 이내 집회금지’ 규정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오자마자 시민 사회단체들이 미국 대사관 등 주요 건물 관할 경찰서에 ‘봇물 터지듯’ 집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관할구역에 외국공관이 몰려있는 서울 종로, 남대문 경찰서는 위헌 결정이 내려진 지난달 30일 오후부터 31일까지 각각 40건, 20건의 집회신고가 접수됐다고 31일 밝혔다. 이는 평일의 1∼3건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

관심이 모아진 미 대사관과 문화관광부 건물을 둘러싸고 있는 인도는 보수단체들이 선점했다. ‘반핵·반김 청년본부’ ‘민주참여네티즌연대’는 3일부터 2007년까지 번갈아가며 1년씩 ‘주한미군 철수 반대’ 등의 주장을 걸고 집회신고를 했다.

미 대사관 주변 집회신고 현황
건물신고단체
미 대사관반핵반김청년본부민주참여네티즌연대
정부중앙청사민노총
정부중앙청사별관민노당
세종문화회관민노당
정보통신부민노당
교보빌딩전국 민중연대
광화문빌딩민노총
흥국생명빌딩흥국생명노조
이마빌딩이마빌딩
대림빌딩대림산업
노스게이트빌딩현대상선
종로타워민노총, 삼성생명해고자복직투쟁위

중구 태평로 삼성생명 빌딩 주변 지역도 기업과 노조의 선점경쟁이 빚어져 빌딩 주변은 2004년 말까지 삼성생명이, 삼성본관 빌딩 주변은 2005년부터 2008년 말까지 삼성생명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가 집회를 신고했다. 영국대사관 뒤쪽 조선일보 빌딩 주변에는 언론노조가 올해 말까지 집회신고를 냈고 조선일보측에서는 내년 1월부터 3월 말까지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 밖에 광화문 인근 KT 건물, 열린시민마당, 교보빌딩, 세종문화회관, 정부중앙청사, 중국대사관 인근도 집회장소의 주 타깃이 됐다.

경찰은 동일 장소에 집회가 중복된 경우 ‘선착순’으로 집회 허가를 내줬다. 이날 집회를 신고한 단체들은 대개 1년 이상 단위로 장기간 집회신고를 했다.

이길범(李吉範) 종로경찰서장은 “위헌 결정이 있었지만 공공안녕 질서에 위협을 가할 경우 집회를 사전, 사후 금지할 수 있다는 집시법 규정은 여전히 효력이 있다”며 “특히 대사관 등 외교기관 인근의 집회에 대해서는 각별히 경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국대 임준태(林俊泰)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프랑스는 1회 신고시 최장 15일까지만 집회를 할 수 있으나 한국의 집시법은 지나치게 관대한 편”이라며 “특정단체가 한 곳을 너무 오래 선점하면 다른 사람의 집회시위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선진국의 시각”이라고 말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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