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에 뜬 '중도금 대출 약속'…주택업계 담보비율축소 비상

  • 입력 2003년 10월 31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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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주택담보대출액을 줄이기로 함에 따라 주택건설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주택업체들이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중도금 대출을 약속했으나 대출비율이 당초보다 크게 줄면서 계약자와의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기 때문.

10·29부동산대책으로 31일부터 중도금 대출비율이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의 50%에서 40%로, 오피스텔은 40%에서 30%로 각각 낮아지게 됐다. 또 그동안 30%까지 대출을 해줬던 상가는 담보대출 대상에서 아예 제외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도금 대출 여부는 각 은행지점이 결정할 일이지만 이번 대책으로 비율이 더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며 “사업장에 따라서는 아예 중도금 대출을 해주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계약자들에게 중도금 대출 알선을 전제로 분양해온 주택업체들이 계약자에게 약속한 만큼의 대출이 안 된다는 점. 소비자 입장에서는 줄어든 중도금 대출 비율만큼 자금부담이 늘어나는 셈이다.

실제로 일산과 분당의 오피스텔에서는 이 같은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일산의 한 오피스텔은 분양 당시 계약자에게 중도금 대출을 분양가의 70%까지 알선해 주기로 했다. 하지만 최근 해당 은행지점이 중도금 대출비율을 40%로 낮추자 계약자들은 30%의 자금을 마련해야 할 처지다.

임대사업을 하려고 오피스텔을 몇 채씩 구입한 사람은 한 채에 30%의 추가 부담이 늘어나자 분양대금을 제때 납부하지 못하는 경우도 빈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계약자들은 주택건설업체에 항의하고 있으나 주택업체로서도 뾰족한 방안이 없다.

A건설 김모 상무는 “은행의 대출 승인이 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중도금 대출 알선을 전제로 분양하고 있어 이런 일이 생긴다”면서 “계약서에 명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건설사가 법적 책임을 지지는 않지만 신뢰성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도금이란 계약금과 잔금을 뺀 나머지로 통상 분양가의 60∼70%를 차지한다. 본래 계약자가 조달할 몫이지만 외환위기 이후부터는 주택건설업체들이 분양 성과를 높이기 위해 대출을 알선해 주는 서비스가 보편화됐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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