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사과’ 비자금정국 새 쟁점

  • 입력 2003년 10월 31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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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대(對)국민 사과’ 문제가 대선자금 정국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민주당이 31일 ‘낙선자’인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가 사과 회견을 한 만큼 ‘당선자’인 노 대통령도 사과를 해야 한다고 몰아붙였고 한나라당은 반색하며 이에 호응했다.

물론 양 당이 이날 협공을 하듯 공세의 화살을 동시에 쏘아댄 배경과 속셈은 다르다.

지난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 선대위의 ‘이중장부’ 의혹 제기를 통해 ‘전과’를 올린 민주당은 여세를 몰아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도덕성에 타격을 입히겠다는 전략이다.

현 국면에서 1차 표적은 자신들과 개혁 및 도덕성 경쟁을 벌이고 있는 열린우리당이라는 계산에서다.

민주당은 “노 대통령의 사과는 기본이자 출발점”이라며 앞으로 대선자금에 대한 각종 의혹 제기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압박 수위를 높여갈 태세다.

한나라당은 사과 공세를 계기로 내심 민주당과의 ‘공조’를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과의 공조 모색을 통해 대여 공세의 정치적 명분을 얻는 한편 ‘SK비자금’ 수렁의 늪에서 탈출하는 계기를 잡겠다는 복안이다.

한 핵심당직자는 “양당 공조가 가시화할 경우 노 대통령 주변 측근 비리 의혹이 정국의 초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에 대한 사과 공세가 양당간 전면 공조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기엔 이르다.

예컨대 우선 민주당은 공조 가능성에 대해 “무슨 소리”라며 펄쩍 뛰고 있다. 실제 대선자금 문제 해법을 놓고 한나라당은 여야 전면 특검을, 민주당은 선(先) 검찰 수사를 고수하고 있다.

한편 청와대는 두 당의 사과 공세에 대해 일단 ‘무대응’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가 SK 이외의 그룹으로까지 확대되는 등 상황이 계속 진행 중인 만큼 함부로 말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한 핵심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건건이 대응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면서 “일정한 시점에 재신임문제와 대선자금 문제에 관해 한꺼번에 모아서 입장을 밝히는 기회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청와대 내에서는 SK 비자금 수수혐의로 구속 중인 최도술(崔導術)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이 기소되는 동시에 이에 대한 수사결과가 발표될 다음주 초쯤에 노 대통령이 자신의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노 대통령 스스로도 깨끗한 돈만 썼다고 할 수 없다고 한 만큼, 직접 전모를 밝히고 사과해야 한다”며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태세여서 ‘사과 공방’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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