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독서교실]점성술-심령학은 왜 과학이 아닌가?

  • 입력 2003년 10월 31일 17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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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 사이언스/아서 위긴스 찰스 M 윈 지음 김용완 옮김

/303쪽 1만2000원 이제이북스

아이 취급 받기 좋아하는 10대는 드물다. 그 나이 때는 누구나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법이다. 독서지도를 할 때는 이런 마음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지적인 치기가 넘치는 시기의 학생들 코드에 맞추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쉽고 재미있게 하려는 노력이 그네들에게는 어른이 어린아이의 혀 짧은 소리를 하는 것 같이 어색하게만 느껴질 수도 있다.

10대란 우상을 만들고 좇는 시기다. 재미와 흥미도 중요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적 우상’이 될 만큼 세련되고 수준 높아야 지적 호기심과 독서 의욕을 강렬하게 불러일으킬 수 있다. 오늘은 그런 미덕을 갖춘 책으로 ‘사이비 사이언스(Pseudo Science)’를 추천하고 싶다.

사이비 사이언스란 과학의 흉내를 내고 있지만 사실은 그릇된 믿음체계에 불과한 심령학, 점성술과 같은 학문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 책은 이런 학문들이 왜 과학이 될 수 없는지를 보여줌으로써 거꾸로 진정한 과학적 사고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과학이론은 관찰, 가설의 수립, 예측, 실험, 수정이라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겉으로 보기에는 유사과학도 똑같은 절차를 밟는다. 예컨대 점성술사들은 사실을 관찰하고 나름의 설명 논리를 만들어 미래를 예측한다. 그리고 예언이 맞는지를 검증하고 틀렸을 경우에는 왜 그런지를 ‘논리적으로’ 해명한다. 점술책들이 과학 책만큼 체계적이고 복잡한 논리체계로 되어 있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사이비과학은 과학일 수 없다. 과학자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보지만 유사과학자들은 보고 싶은 사실만을 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귀신이 마음을 조종했다” 같은 유사과학의 주장은 증명할 수도, 틀렸음을 입증할 수도 없다. 예상과 크게 빗나가는 결과가 나와도 유사과학자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믿음이 부족해서’ 등의 논박 불가능한 이유로 말이다. 검증실험은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없을뿐더러 결정적인 반박자료도 소용이 없다. 이들은 결코 자신의 ‘믿음’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유사과학자들의 모습은 고집 센 10대들과 비슷한 데가 있다. 보고 싶은 것만을 보고 그 어떤 논리적인 반박도 ‘나의 선택’을 꺾을 수는 없으며 친구들이 좋아하는 것이 ‘증명된 사실’보다 옳게 여겨지는 사춘기 소년의 모습은 영락없는 유사과학자들의 그것이다.

좋은 과학책은 삶에 대한 깊은 성찰까지 준다. 이 가을, 환상이 실제보다 더 낫다고 믿는 학생들에게 영혼의 치료제로 ‘사이비 사이언스’ 같은 과학책을 권하는 것은 어떨까.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학교 도서관 총괄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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