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4.3사건 발언 전문

  • 입력 2003년 10월 31일 15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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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4.3사건' 발언 전문

존경하는 도민과 유족 여러분, 그리고 국민여러분.

55년 전 평화로운 이 곳 제주도에서 한국 현대사의 커다란 비극 중 하나인 4.3사건이 발생했다. 제주도민들은 국제적인 냉전과 민족 분단이 몰고 온 역사의 수레바퀴 밑에서 엄청난 인명 피해와 재산 손실을 입었다.

저는 이번 제주 방문 전 4.3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 의거 각계인사로 구성된 위원회가 2년여의 조사를 통해 의결한 결과를 보고받았다.

위원회는 이 사건으로 무고한 희생이 발생된 데 대한 정부의 사과와 희생자 명예회복 그리고 추모사업의 적극적인 추진을 건의해왔다. 저는 이제야말로 해방 직후 정부수립과정에서 발생했던 이 불행한 사건의 역사적 매듭을 짓고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주도에서 1947년 3월1일을 기점으로 해서 1948년 4월3일 발생한 남로당 제주도당의 무장봉기, 그리고 1954년 9월21일까지 있었던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무고하게 희생됐다.

저는 위원회의 건의를 받아들여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과거 국가권력의 잘못에 대해 유족과 도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참석자들 열렬한 박수와 환호)

무고하게 희생된 영령들을 추모하여 삼가 명복을 빕니다.(박수)

정부는 4.3 평화공원 조성, 신속한 명예회복 등 위원회의 건의사항이 조속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박수)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과거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억울한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일은 비단 그 희생자와 유족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건국에 기여한 분들의 충정을 소중히 여기는 동시에 역사의 진실을 밝혀 지난 날의 과오를 반성하고 진정한 화해를 이룩하여 보다 밝은 미래를 기약하자는데 그 뜻이 있다.

이제 우리가 4.3사건의 소중한 교훈을 더욱 승화시킴으로써 평화와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확산시켜야 하겠다.

화해와 협력으로 이 땅에서 모든 대립을 종식시키고 한반도의 평화와 나아가 동북아와 세계화의 길을 열어나가야 하겠다.

존경하는 도민 여러분께서는 폐허를 딛고 맨 손으로 이처럼 아름다운 평화의 섬 제주를 재건해냈다. 제주도민들에게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이제 제주도는 인권의 상징이자 평화의 섬으로 우뚝 설 것이다. 그렇게 되도록 전국민과 함께 우리도 함께 돕겠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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