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똑똑’한데 경제관료가 ‘멍청’해 ”

  • 입력 2003년 10월 31일 14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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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라는 경제 관료들이 똑똑한 대통령을 어리석어 보이게 하고 있다”

김태동 금융통화운영위원이 ‘10·29 부동산 대책’과 관련, 정부관료들의 상황인식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태동위원은 31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를 통해 “당국이 여러번 투기억제책을 내놓았음에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부동산 투기의 천국” 이라며 “장관이든 차관이든 시장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김위원은 노무현 대통령의 토지공개념 도입 언급과 관련, “대통령의 부동산에 대한 인식은 다소 늦었지만 정확하다고 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하지만 김진표 부총리의 사회주의 발언 소동, 건교부 장관이나 재경부 차관의 안이한 인식을 보면 정말 ‘똑똑한 대통령에 다소 모자라는 관료’로 이루어진 그런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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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은 노대통령이 임명한 참여정부의 장·차관이 마치 기득권층이 임명한 것 처럼 기득권층을 비호하는 듯 보여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며“대통령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데 국무위원들이 앞장서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위원은 “노태우 정부 시절엔 부족한 대통령을 조순 부총리나 문희갑 경제수석 같은 분이 적극적으로 도와 국정이 제대로 되게 했었다”며 현 경제팀의 무능력을 우회적으로 질타하기도 했다.

김 위원은 또“80년대 후반에는 강남 아파트의 평당 가격이 전국 평균의 1.4배 정도였으나 지금은 세 배가 넘어 강남 집값에는 적어도 40% 정도는 거품이 끼어 있다고 봐야한다”며 “강남이 전국 부동산 문제의 온상이기 때문에 그쪽은 값이 떨어져야할 부분이 많다.그런데 이번 부동산 대책이 특정 지역의 집 값이 유지되는 쪽으로 목표를 삼고 있는 것은 시장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위원은 “토지공개념의 경우 우리만 하자는 게 아니고 영국 등에서는 이미 수 십년간 하고 있는 것이며 정부의 예산으로 하는 여러 개발 이익이 사유화되지 않고 환수돼 국고를 살찌우고 결국 개인을 살찌우게 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분양 원가조차 공개되지 않고 있는 아파트 선 분양제도는 건설업자에게 아무런 의무도 지우지 않는 특혜인데 이는 토지 공개념 이전에 사개념 조차 정립되지 않은 것"이라며 “건설업자는 땅 짚고 헤엄치기로 불로소득을 얻고 있고 투기의 천국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태동 금융통화위원은 대학교수 출신으로 국민의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 정책기획수석, 그리고 대통령 자문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고 한국금융학회 회장을 지낸 경제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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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식 동아닷컴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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