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명상시집 ‘내안에 그대 안식처 있으니’ 한국어판 출간

  • 입력 2003년 10월 6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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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이 존재했다 언젠가는 사라지듯/ 사람도 홀연히 사라질 존재이건만,/ 유독 사람에겐/ 경탄의 물결 밀려오고/ 넘치는 감동으로 삶을 이어 나간다’ (‘시냇물’ 중)

건강악화설이 나돌고 있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83)가 지난해 쓴 명상시들이 6일 국내에서 번역 출간됐다. 시집 제목은 ‘내 안에 그대 안식처 있으니:로마에서 온 세 폭의 성화’(따뜻한 손 간). 3편의 장시(長詩) ‘시냇물’ ‘시스티나 소성당 문턱에서 창세기에 관한 명상’ ‘모리야 땅의 언덕’으로 구성된 이 시집에는 인생의 황혼에 느끼는 자연과 예술, 신앙에의 관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올 3월 폴란드와 이탈리아에서 처음 동시 출간돼 폴란드에서만 초판 30만부가 한 달 만에 매진됐다.

이 시집은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하고 시인으로 등단하기도 했던 교황이 사제생활 이후 처음 낸 것. 사제 서품을 받기 직전인 1946년 교황은 ‘안제이 야비엔’이라는 필명으로 시집 ‘가리워진 신의 발라드’를 출간한 바 있다.

교황이 다시 시 창작을 하게 된 직접적 계기는 지난해 여름 폴란드의 고향 방문. 2002년 8월 나흘간 조국을 찾으며 교황은 수도 바르샤바에도 들르지 않고 자신의 고향이자 종교적 모태인 크라쿠프와 인근 지역만 방문했다.

방문 마지막 날에는 거동이 불편한 데도 불구하고 베스키드 산맥 한가운데에 있는 칼라비아 제브쥐도프스카 성소(聖所)를 찾았다. 산 중에서 장엄한 경관을 바라보며 명상에 잠겼던 교황은 로마 인근의 여름 휴양지인 카스텔 칸돌포에서 휴가를 보내며 고향에서 떠올린 시상(詩想)을 글로 풀어냈다.

교황의 다른 저서로는 1990년대 베스트셀러였던 대담집 ‘희망의 문턱을 넘어서’와 자서전 ‘은혜와 영험’ 등이 있다. 두 책 모두 국내에 번역 출간된 바 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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