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준명 교수 “기초과학 홀대하면 대학위기 초래”

  • 입력 2003년 10월 6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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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학문을 중시하는 데서 미국의 경쟁력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포항공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토종박사’ 곽준명(郭準明·39·사진)씨가 9월부터 미국 동부 명문대학인 매릴랜드주립대 정식교수(풀타임 교수)로 임용됐다.

미국 코넬대 등 11개 명문대학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곽 교수는 생물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매릴랜드주립대를 선택했다. 매릴랜드주립대는 곽씨에게 교수직과 함께 연구비로 무려 5억원을 지원했다.

“미국 대학들이 기초과학을 중요시하는 까닭은 기초가 튼튼해야 응용분야에서도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낸다는 인식이 상식처럼 돼 있기 때문으로 봅니다. 당장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우리나라 대학이 기초학문을 가볍게 보는 풍토가 대학의 위기를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1987년 연세대 생화학과를 졸업한 곽 교수는 석·박사 과정을 포항공대에서 마치고 활동무대를 세계로 넓혔다. 이후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디에이고 캠퍼스에서 6년 동안 연구를 하면서 생물학 분야 1급 학술지에 28편의 뛰어난 논문을 발표해 미국 대학들이 스카우트 경쟁을 벌인 것.

곽 교수의 주 연구 분야는 식물의 공변세포(孔邊細胞·광합성을 할 때 작용하는 숨구멍 세포)의 작용 원리를 밝히는 것. 이 연구가 실용화되면 가뭄에도 견디는 식물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열심히 연구하면 국가 차원에서 기초학문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미국의 정책은 본받아야 합니다. 열심히 연구해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과학자가 되고 싶습니다.”

곽 교수는 그동안의 연구 성과도 인정받았지만 열정적인 연구 태도가 교수 임용에 큰 영향을 미쳤다. 곽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지도교수인 포항공대 분자생명과학부 남홍길(南洪吉) 교수는 추천서에 “인류를 위해 연구하겠다는 건전한 사고와 함께 연구에 관한 한 누구보다도 강한 열정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포항공대 출신의 토종박사가 외국대학에 교수로 임용된 경우는 2000년 장영태 박사가 뉴욕대 교수로, 손영준 박사가 약관 26세에 애리조나주립대에 부임한 전례 등 모두 7명이 있다.

포항=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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