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 민속박물관장 김홍남 “실천않는 학문은 반쪽짜리”

  • 입력 2003년 10월 6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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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남(金紅男·55·사진) 이화여대 대학원 미술사학과 교수가 6일 국립민속박물관장 임명장을 받고 업무를 시작했다. 국립민속박물관 사상 첫 여성 관장인 그는 “남녀 따지는 시대는 지났다. 능력으로 인정받겠다”며 단호하게 말해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동양미술사학자로 이화여대 박물관장을 지내고 문화재 전문위원과 국립중앙박물관 건립위원으로 활동했던 그는 최근 들어 연구실에만 머물지 않고 다양한 사회 활동을 해왔다.

내셔널트러스트운동 문화유산 특별위원장으로 있으면서 헐릴 위기에 처했던 최순우 선생의 서울 성북동 한옥을 모금으로 매입해 기념관으로 바꾸고, 북촌(北村) 살리기 운동으로 전통과 현대가 살아 숨쉬는 문화공간을 마련하는 데 힘써 온 것 등이 대표적이다.

“저는 행동하는 지성으로 불리고 싶어요. 실천하지 않는 학문은 절반짜리지요. 학문해야 할 대상이 훼손되고 보존이 안 된 상황에서 논문에만 몰두하는 것엔 관심 없어요.”

김 관장은 올 3월 국립중앙박물관장(차관급) 선임 과정에서도 강력한 후보로 올랐다. 그러다 이번에 정부 서열상 두 단계 낮은 민속박물관장(2급)을 받아들인 것. 이를 의외로 보는 사람들도 많다.

“둘 다 별정직이어서 몇 급이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민속박물관장이 2급으로 남아 있으면 안 됩니다. 직원들이 일하는 것에 비해 대우가 너무 나빠요.”

한편 전날 한국민속학회 등 3개 민속관련 학회가 성명을 내고 ‘민속학을 전공하지 않은 김 교수를 국립민속박물관장으로 내정한 것은 민속학의 전문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은 처사’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그는 이에 대해 “박물관장은 전시기획력이나 기금 마련 능력이 우선으로 꼽히는 행정전문가이기 때문에 학자적 전문성으로만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민속학계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굵은 목소리로 또렷하게 말했다.

그는 학교(이화여대 대학원)의 학기 중에 왔기 때문에 강의는 계속해야 하겠지만 학기가 끝나는 대로 휴직계를 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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