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교사 초빙… 폐교위기서 ‘가고싶은 학교’로

  • 입력 2003년 10월 6일 18시 19분


코멘트
학생이 줄면서 폐교 위기에 처했던 한 시골 초등학교가 원어민 교사 초빙과 전인교육을 통해 지역 내 선호학교로 탈바꿈해 화제가 되고 있다.

경기 가평군 가평읍 마장리에 있는 가평마장초교(교장 최일성·崔一成)는 전형적인 농촌 학교. 한때 400명이 넘었던 학생이 조금씩 도시로 빠져나가면서 2000년엔 학생이 32명으로 줄었다.

두 학년씩 통합수업을 하는 등 학교운영이 힘들어지자 같은 해 관할 교육청은 이 학교를 폐교대상 학교로 지정했다.

이에 최 교장은 “마장초교의 마지막 교장이 될 수 없다. 정년(내년 8월)까지 학교를 반드시 살리겠다”며 교육청과 학부모의 지원을 부탁했다.

최 교장이 가장 먼저 한 사업은 원어민 교사 초빙과 수업환경 개선.

그는 그해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영어 강사를 초청해 방과 후 수업을 맡겼다. 아이들이 때 묻지 않은 자연환경 속에서 원어민 교사와 어울리며 자연스럽게 영어와 가까워지는 모습은 학부모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학교측은 영어 못지않게 중국어도 중요하다고 판단해 올해는 영어 강사 대신 조선족 출신의 중국 현지교사 김옥숙(金玉淑·41)씨를 초빙해 방과 후 수업과 함께 주민 대상으로 무료 중국어 강습을 하고 있다.

아울러 ‘시골학교는 낙후됐다’는 편견을 없애기 위해 학생들의 책상을 모두 컴퓨터용으로 교체하고 학생 1명당 1대씩의 컴퓨터를 보급했다. 지금도 전학 오는 학생에겐 150여만원을 들여 컴퓨터와 컴퓨터용 책상을 지급하고 있다.

이에 소요되는 예산은 교육청에서 지원받거나 학교운영자금을 쪼개 충당했다.

2001년부터 전교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영강습도 학부모의 큰 호응을 얻었다. 올해 동아일보가 주최한 동아수영대회에서 이 학교 3학년인 이소희 이소연 쌍둥이 자매가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 유년부에서 금메달을 따내 시골동네에 잔치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학생 수는 3년 만에 4배 가까이 늘어났다. 현재 이 학교의 학생 수는 6개 학급에 125명. 이 학교는 11월 학생 수가 적은 경기도 내 학교들을 대상으로 사례 발표를 할 예정이다.

한편 1982년 이후 경기도에서 폐교된 초등학교는 모두 107곳으로 경기도교육청은 마장초교를 포함해 6학급 이하인 소규모 학교 25곳에 학교당 6억7000여만원의 교육여건 개선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가평=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