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자 통화 추적 다시는 안 된다

  • 입력 2003년 10월 6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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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수사정보 유출자 색출을 명목으로 수사팀과 출입기자의 휴대전화 통화명세를 수시로 추적 조회해 온 것은 잘못된 일이다. 중수부는 7월 초 현대비자금 수사에 본격 착수한 뒤 수사상황이 언론에 보도되자 소속 검사와 직원들의 휴대전화 착·발신 번호 및 출입기자와의 친분관계 내용을 제출토록 한 뒤 출입기자의 휴대전화 번호와 대조하며 착·발신 명세를 ‘크로스 체크(상호대조)’하는 방식을 사용해 왔다고 한다.

수사에 관한 한 최고의 전문 인력이 모여 있다는 안팎의 평가를 받아온 대검 중수부가 이같이 떳떳하지 않은 방식으로 내부 감찰을 해 왔다는 것은 검찰의 자존심에 관한 문제이자 자기기만이다. 수뇌부가 소속 검사도 믿지 못하는 현실이 오늘날 검찰의 현주소인 것 같아 씁쓸하기까지 하다.

이는 또 이동통신회사에 통신사실 확인 조회를 요청할 경우 관할 검찰청 검사장의 승인을 받아 시행하되, ‘범죄 수사상 필요한 경우’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행위로 사생활 침해이자 언론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일이다.

수사기밀 보호는 물론 중요하다. 기밀 누설로 관련자들이 증거인멸을 꾀하거나 도피해 버리는 사례가 있고, 섣부른 조사내용이 흘러나가 당사자들의 명예를 훼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사기밀 유지는 어디까지나 조직의 결속과 부단한 내부교육 및 시스템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지, 남의 뒤를 캐는 사설 흥신소처럼 은밀한 ‘뒷조사’를 통해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중수부의 잘못된 기밀 보호 방식이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으로 확대될 우려도 있다.

검찰총장과 대검이 어제 이 같은 사실을 시인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검찰은 차제에 다양한 브리핑 및 정보공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통화 추적과 같은 불신의 벽을 허물고 검찰에 대한 신뢰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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