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대그룹 내부거래조사]SK에 직격타… 과징금 전체의 90%

  • 입력 2003년 10월 6일 17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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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6일 밝힌 6대 그룹 부당내부거래 조사 결과는 SK를 대상으로 한 조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에 적발된 지원성 거래는 총 6844억원, 실제 지원금액은 900억5000만원에 그쳤다. 과징금 규모도 315억7800만원으로 2000년 조사(과징금 442억원)와 비교해 126억원가량 줄었다.

하지만 총수 구속 등으로 인해 위기에 몰린 SK는 737억원의 부당지원 혐의가 인정돼 전체 과징금의 90%가 넘는 280억원이 부과됐다.

▽SK에 직격타=이번에 적발된 SK의 주요 부당지원 혐의는 △관계사인 수출업체 ㈜아상에 SK해운이 600억원을 빌려주고 남은 잔액 526억원을 1년도 못돼 회수 불가능으로 처리 △자본잠식 상태인 SK생명에 SK텔레콤 등 3개사가 저금리로 140억원 대여 △SK건설이 SK해운의 기업어음 500억원을 낮은 금리를 적용해 매입 △SK텔레콤이 그룹 공동 광고비를 단독 부담 △워커힐의 SK생명에 대한 부동산 저가(低價) 임대 등이다.

여기에 SK해운이 발행한 기업어음을 SK건설이 사주고도 이를 공시(公示)에서 누락한 사실이 밝혀져 10억2900만원의 과태료까지 부과받았다.

반면 SK를 뺀 나머지 그룹들의 과징금 규모는 직전 조사 때와 비교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삼성은 2000년 조사에서 1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지만 이번에는 2억2200만원에 불과하다. LG도 123억원에서 6800만원으로 급감했다.

현대자동차도 주식 우회 매매와 유상증자에 고가(高價)로 참여한 것을 빼면 혐의 내용이 무겁지 않다.

▽현대에는 ‘정책적 고려’=이번 조사에서는 공정위의 ‘정책적 고려’가 그룹간 명암(明暗)을 갈랐다.

현대의 경우 대북송금 사건에서도 드러났듯 현대상선이 자금 창구 역할을 해왔지만 아예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도 빠졌다.

대신 이미 그룹에서 분리됐거나 분리될 현대종합상사와 현대증권만 조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또 현대자동차 계열사인 기아자동차와 INI스틸은 자금난에 빠진 현대카드의 증자(增資)에 부당하게 참가한 사실이 적발됐는데도 과징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카드시장 안정을 위해 계열사 참여가 불가피했던 점을 인정한 정책적 고려”라고 해명했다.

▽계좌추적권 실효성 논란=공정위는 이번 조사에서 LG에 대한 계좌추적권을 발동했지만 별다른 혐의를 찾지 못했다. 이 때문에 공정위가 계좌추적권을 굳이 갖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무리하게 계좌추적권을 발동하고 있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SK에 대해서는 계좌추적권이 없어도 엄청난 규모의 과징금을 매겼다는 점을 되새겨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공정위가 계좌추적권을 갖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 기업들이 부당내부거래를 자제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반박했다.

부당내부거래 과징금 내용
그룹계열사지원금액과징금
삼성삼성증권2억5900만원5100만원
삼성에버랜드1억1600만원5800만원
삼성중공업2억6600만원5300만원
삼성카드1억2100만원4800만원
삼성물산2800만원1200만원
LGLG증권7600만원6800만원
LG전자1900만원-
SKSK해운526억5900만원210억6300만원
SK텔레콤108억9100만원51억2200만원
SK글로벌45억원9억원
SKC45억원9억원
SK㈜3억4400만원1억3700만원
SK건설4억7400만원4억2600만원
워커힐3억5200만원1억4000만원
현대자동차현대자동차37억3100만원22억4400만원
기아자동차73억7400만원9200만원
INI스틸34억2700만원2000만원
현대모비스2억3100만원8000만원
현대캐피탈1억1000만원3800만원
현대하이스코5800만원2000만원
로템2600만원900만원
현대중공업현대중공업4억8800만원9700만원
합계900억5000만원315억7800만원
자료:공정거래위원회

고기정기자 koh@donga.com

▼침통한 SK그룹 반응▼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 부당내부거래 조사의 타깃이 된 SK그룹의 분위기는 침통했다. 가뜩이나 최태원 SK㈜ 회장의 구속과 석방, 손길승 SK그룹 회장의 비자금 관련 검찰 소환 등으로 휘청거리고 있어 충격의 강도는 더했다.

특히 SK해운은 외부로부터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210억원 이상의 과징금을 부과받아 자금난이 가중될 전망이다.

SK측은 이번 공정위 발표 내용에 대해 “검찰 등 여러 곳에서 한꺼번에 조사를 받아 소명을 제대로 못했던 측면이 있다. 조사결과를 면밀히 검토해 이의신청 등 필요한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또 과징금 규모가 가장 큰 SK해운과 ㈜아상의 거래에 대해 “아상은 이미 영업이 정지돼 이름뿐인 회사이며 이곳에 SK해운이 돈을 지원하더라도 시장의 공정경쟁질서를 해치는 효과는 거의 없다”고 반박했다.

이 밖에 SK계열사의 SK생명 후순위채 매입은 “SK계열사가 지원한 금리와 시장금리와의 차액이 크지 않아 부당지원의 영향이 작고 기준이 되는 시장금리가 얼마인지에 대한 평가가 제각기 다르다”고 주장했다.

SK그룹의 과징금이 삼성이나 LG그룹보다 훨씬 많은 것에 대해 재계에서는 ‘최 회장의 공백’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 회장이 구속된 동안 공정위 조사가 이뤄져 제대로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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