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길승 실장 술집-호텔 향응 파문]당초 “불가피한 술자리”

  • 동아일보
  • 입력 2003년 7월 31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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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승(梁吉承) 대통령제1부속실장 사건은 그가 6월 28일 충북 청주에서 향응을 받고 서울로 돌아온 지 10여일 후인 7월 8일 지역 인터넷 매체인 ‘오마이 충북’에 처음 보도되면서 외부에 알려지게 됐다.
당시 양 실장의 청주 방문 사실은 지역 내에서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고 술자리를 가진 뒤 하룻밤을 자고 간 사실, 경찰 수사를 받고 있던 K나이트클럽 소유주 이모씨가 술자리에 합석했던 사실 등은 이후 정보기관이나 수사기관에도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민주당 중앙당 쪽에도 입소문으로 퍼졌다.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의 윤리담당관인 이호철(李鎬喆) 민정1비서관은 지역 언론이 이 사건을 보도한 뒤인 7월 중순 양 실장을 상대로 조사를 벌여 ‘윤리규정에는 위배되지만 정황상 피하기 어려웠던 술자리’라는 결론을 내렸다. 조사과정에서 술값을 누가 냈는지, 술자리에 어떤 사람들이 동석했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한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민정수석실은 1차 조사결과를 문희상(文喜相) 대통령비서실장에게만 보고했고, 양 실장에게는 주의조치만 한 채 매듭지었다. 별도의 징계위원회는 열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청와대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의 처리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직원윤리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사건인데도 대통령에게 보고조차 하지 않았고, 엄정한 조사와 조치를 하지 않은 탓에 파문이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한편 이 사건이 보도된 경위를 놓고 청와대 안의 특정 대학 인맥이 민정수석실과 양 실장을 견제하기 위해 외부에 누설했다는 ‘음모론’이 제기됐으나 여러 정황을 종합해 볼 때 설득력이 없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나라당 박진(朴振) 대변인은 31일 논평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광주승리’를 이끌어낸 일등공신(양 실장)과 고건 총리를 보좌했던 인사(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의 일탈행위이기에 더 충격적”이라며 “나라의 중추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이러니 공직자의 기강이 한없이 무너져 내리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양길승은 누구▼
양길승(梁吉承) 대통령제1부속실장은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광주 전남지역 조직책을 맡아 ‘노풍(盧風)’의 시발점인 ‘광주 경선 1위’를 이끌어낸 일등공신이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해양수산부장관 때인 2000년 12월 서갑원(徐甲源) 대통령의전비서관의 소개로 노 대통령을 처음 만난 후 경선 캠프에 합류, 광주에 상주하면서 당원들과 맨투맨 접촉을 통해 노 후보 지지활동을 벌였다.
당시 활동비가 없던 그가 지인들의 사무실을 전전하며 전화와 팩스를 얻어 쓴 일화는 유명하다. 경선 승리 후에는 후보 의전팀장을 잠시 맡았으나 지난해 10월 노 후보 지지율이 15%대로 급락하자 자원해서 다시 광주로 내려가 ‘노풍’ 재점화에 노력했다.
자신을 잘 내세우지 않고 성실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그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노 대통령의 일정과 전화, 건강 등을 관리하는 제1부속실장으로 발탁됐다. 이후 청와대 관사에서 혼자서 숙식하면서 주말에만 광주에서 오는 부인과 주말부부 생활을 해왔다.
양 실장은 전남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전남대, 순천대, 목포대 등에서 시간강사로 일하다 96년 마흔살의 늦은 나이에 전석홍(全錫洪) 전 의원의 보좌관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여놨다. 16대 국회에서는 김경천(金敬天) 의원의 보좌관을 잠시 지냈으며 최근에는 내년 총선에서 광주 출마 문제를 놓고 고심해 왔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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