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盧 출구는…與중진은 연일 노골적 비난

  • 입력 2003년 7월 31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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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치 경제 안보 분야의 총체적 어려움에 직면한 노무현 대통령이 31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 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박경모기자
최근 정치 경제 안보 분야의 총체적 어려움에 직면한 노무현 대통령이 31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 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박경모기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사면초가에 직면했다.

최근 국정운영 지지도가 하락세인 데다, 굿모닝게이트에 휘말린 민주당 정대철(鄭大哲) 대표의 ‘청와대 물고 늘어지기’에 이어 민주당 중진들의 노골적인 노 대통령 공격이 그치지 않고 있다. 또 민주당에서 ‘386 음모론’과 함께 대통령비서실 개편 주장이 터져 나오더니 31일에는 양길승(梁吉承) 대통령 제1부속실장의 향응 접대 사건까지 불거졌다.

▽청와대 “어쩌다 이런 일이…”=청와대 안에서 노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하고 있는 양 실장의 향응 접대 사건이 불거진 이날 청와대는 하루 내내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도대체 끝이 어디냐’는 말까지 나왔다.

노 대통령도 양 실장이 도마에 오르자 매우 곤혹스러워하면서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도덕성을 강조하며 공직사회의 개혁을 외쳐온 노 대통령과 청와대는 이번 사건을 큰 악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특히 양 실장이 술 접대를 받았던 6월 28일은 대통령정책실 비서관들의 ‘새만금 헬기시찰’ 사건이 언론에 보도(6월 24일)되면서 청와대 내부의 기강해이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됐던 시점이었다.

청와대 한 비서관은 “공직자 윤리규정을 청와대가 가장 엄하게 만들어 놓고 사고는 청와대부터 터지니 부처 공무원들에게 어떻게 기강 얘기를 꺼낼 수 있겠느냐”고 허탈해 했다.

양 실장은 청와대가 5월 ‘3만원 이상 향응 접대 금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직원윤리규정을 제정한 이후 첫 번째로 적발된 케이스다.

▽‘음모론’에 시달리는 청와대=설상가상으로 양 실장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뒤 청와대 일각에서는 ‘제2음모론’이 퍼졌다. ‘제2음모론’의 요체는 청와대 안팎의 특정 인맥이 양 실장과 민정수석실 등을 겨냥해 이번 사건을 언론에 흘렸다는 것이다.

민정수석실의 한 관계자는 “우리 내부에서 극소수밖에 모르는 사건이 어떻게 한 달이 지나서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될 수 있느냐”며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윤태영(尹太瀛) 대변인은 “음모론은 전혀 근거가 없다. 특정 대학 인맥이 양 실장을 견제한다거나 이 사건을 의도적으로 흘린 사실이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무슨 사고가 터질 때마다 비서실 내 386과 시니어그룹간, 그리고 특정 학맥간 음모론이 고개를 드는 것 자체가 청와대 조직의 문제를 방증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8월 청와대 대폭 개편으로 이어지나=이번 파문은 8월 말로 예정된 대통령비서실 개편 범위를 증폭시킬 가능성이 있다.

당초 내년 총선 출마 희망자 5, 6명을 포함해 비서관급 10여명을 교체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양 실장 문제가 불거짐에 따라 전면 개편쪽으로 번질 수도 있다.

양 실장이 1일 노 대통령에게 직접 사표를 제출키로 함에 따라 개편 시기도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

▽그치지 않는 민주당 중진들의 공격=민주당 중진들은 이날도 청와대 비판을 계속했다.

정균환(鄭均桓) 원내총무는 이날 전북 부안군 위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문제와 관련해 “이런 정부를 어떻게 믿느냐. 정부가 거짓말하고 사기를 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참여정부를 한 명의 전유물처럼 여겨서는 안 된다. 우리가 만든 정부의 도덕성을 훼손하는 데 대한 대책을 당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전날 민주당 체제를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신탁통치’라고 맹비난했던 한화갑(韓和甲) 전 대표는 이날 SBS 라디오에 나와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해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며 청와대를 향한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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