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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동원해 경영권 장악 2년만에 ‘껍데기’회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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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동원해 경영권 장악 2년만에 ‘껍데기’회사로

입력 2003-07-31 18:37수정 2009-09-28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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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를 동원해 기업을 인수한 뒤 회삿돈을 빼 먹고 거액의 빚을 얻어 이마저 가로챈 기업사냥꾼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경제 악화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상장, 등록기업을 인수합병(M&A)해 단기간에 ‘인수-횡령-매각’을 반복해 거액을 챙겼다. 이로 인해 건실했던 기업은 빚더미에 앉았으며 주가폭락으로 일반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 결과=서울지검 금융조사부(이인규·李仁圭 부장검사)는 기업을 M&A한 뒤 현금과 어음 등 11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상장기업인 ㈜베네데스 회장 최윤종(崔允鍾·43)씨 등 7명을 구속하고 전모씨 등 4명을 지명수배했다고 31일 밝혔다.

검찰은 적발된 9개 기업 가운데 수사가 끝난 7개 기업에서 유출된 회사 재산만 850억원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코스닥 등록기업인 카리스소프트를 M&A해 대표를 맡은 윤창희(尹昌熙·구속)씨는 회삿돈 26억원을 횡령한 데 이어 주금을 가장납입해 발행한 주식 100만주를 횡령했다. 또 장외 기업인 엘베테크놀로지도 인수해 58억원의 회사 재산을 유용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백종호(白鍾鎬·구속)씨도 2001년 2월 당시 우량기업이던 유니씨앤티를 M&A한 뒤 회삿돈 180억원을 빼돌렸다. 이 때문에 회사는 같은 해 9월 최종 부도처리됐다.

▽‘폭탄 돌리기’ 등 다양한 수법 동원=검찰 조사 결과 기업사냥꾼들은 사채를 끌어들인 뒤 대주주의 채무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계약금 일부만 지급하고 경영권을 장악했다. 이후 이들은 회사를 살리기보다 다양한 수법으로 회삿돈을 빼냈다.

이들은 특히 이른바 ‘폭탄 돌리기’로 불리는 ‘인수-횡령-매각’을 반복해 순식간에 우량기업을 부도기업으로 만들었다. 유니씨앤티의 경우 M&A 당시 현금 보유액이 185억원에 이르는 우량기업이었다. 하지만 ‘기업사냥꾼’의 표적이 되면서 2년도 안 되는 사이에 경영권이 세 차례 바뀌고 이 과정에서 회삿돈 수백억원이 횡령돼 결국 퇴출됐다.

2001년 2월 이 회사를 인수한 백종호씨는 180억을 횡령한 뒤 전모씨(수배)에게 회사를 넘겼고, 전씨는 다시 80억원을 횡령했다. 세 번째로 경영권을 넘겨받은 김태훈씨(구속)는 더 이상 횡령할 돈이 없자 계약서를 위조해 사기 대출을 받는 방법 등으로 90억원을 챙겼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들이 인수한 기업의 자금이 바닥나면 제3자 배정방식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증자 대금을 가장납입한 뒤 배정받은 주식을 다시 횡령했다고 전했다.

또 회사자금으로 양도성예금증서(CD)를 발행한 뒤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회계상으로는 회사에 돈이 남아있는 것처럼 처리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최대주주가 자주 바뀌거나 제3자 배정방식의 유상증자가 많은 기업, 공시 철회가 잦은 기업 등은 위험성이 높은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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