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고용허가제 국회 통과]외국인 22만명 '불법' 꼬리떼

  • 입력 2003년 7월 31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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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제 법안의 국회 통과로 그동안 쫓겨날 위기에 처했던 22만여명의 불법체류 외국인들이 강제출국을 면하게 됐다.

그러나 노동계와 시민단체가 ‘현대판 노예제도’라고 비난하는 현행 산업연수생제가 병행 실시됨에 따라 시행 과정에서 상당한 혼란도 예상된다.

▽인력대란 피했다=3월 말 기준으로 국내 체류기간이 4년 미만인 불법체류 외국인들이 구제받을 수 있게 됨에 따라 우려했던 산업현장의 인력대란은 피할 수 있게 됐다.

법 논리로 따지면 당연히 불법 체류자들을 추방해야 했지만 ‘3D 업종’ 중소업체들의 인력난을 고려해 15번이나 강제출국 조치를 유예했던 정부도 비로소 체면이 섰다.

지금까지 가슴을 졸이며 불법 체류자를 고용해야 했던 사업주들도 외국 인력을 안정적으로 적기에 쓸 수 있게 됐다.

외국인들은 내국인과 똑같은 노동관계법을 적용받아 노동3권을 부여받고 또 산재보험, 최저임금 등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게 된다.

▽넘어야 할 산도 많다=재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인건비 부담. 고용허가제가 도입되면 외국인들도 퇴직금, 연월차수당 등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최병훈(崔炳勳) 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은 “국내 취업을 희망하는 외국인들이 기업들의 수요보다 훨씬 많은 상황이기 때문에 사업주가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주고 인력을 채용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국내 실업자의 증가 우려도 재계의 걱정거리. 이에 대해 최 실장은 외국 인력의 도입 규모를 정해 국내 실업자가 늘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법에 사업주가 외국 인력 채용에 앞서 내국인 구인 노력을 선행하도록 명시했기 때문에 특별히 국내 실업자가 증가할 우려는 별로 없다는 것.

외국인 근로자들이 집단 분규를 일으키거나 국내에 눌러앉을 가능성 등도 고용허가제 운영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산업연수생제와 어정쩡한 동거=노동계는 “산업연수생제를 병행하면 송출 비리와 인권 침해가 계속될 것”이라며 산업연수생제의 철폐를 요구했지만 결국 병행 실시로 결론이 났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 관계자는 “같은 나라에서 온 동일 능력의 외국인이라도 어느 제도의 적용을 받느냐에 따라 대우가 달라지는 부작용이 생길 게 뻔하다”고 말했다.

반면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유광수(柳光秀) 연수총괄부장은 “산업연수생제를 유지하고 연수생 규모를 일정하게 유지한다는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부는 외국인 고용허가제와 산업연수생제를 병행하더라도 같은 사업장에서 두 제도를 혼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1사업장 1제도’ 원칙을 적용할 방침이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외국인 고용허가제 내용▼

외국인 고용허가제의 주요 내용과 이 제도의 시행에 따른 궁금증을 문답풀이로 알아본다.

―모든 불법 체류자가 구제받을 수 있나.

“올 3월 말 기준으로 국내 체류기간 3년 미만인 16만2000여명과 3년 이상 4년 미만인 6만5000여명 등 22만7000여명만 구제된다. 3년 이상 4년 미만인 경우는 출국한 뒤 다시 들어와야 한다. 이 기간은 합법이든 불법이든 국내에 머문 총기간을 뜻한다. 예컨대 1999년 3월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해 3년간 합법적으로 일하다 지난해 불법 취업한 외국인은 불법체류기간은 짧지만 3월 말 현재 총체류기간은 4년 이상이기 때문에 구제대상이 아니다.”

―구체적인 구제절차는….

“노동부와 법무부는 8월 1일부터 두 달간 구제신청을 받는다. 고용안정센터에 국내체류신고서, 표준근로계약서, 여권사본을 제출해 취업확인서를 받은 뒤 여기에 신원보증서 등을 첨부해 출입국관리소에 내면 된다. 3년 미만 불법체류자는 바로 취업 체류 자격을 받아 최장 2년간 더 일할 수 있다. 그러나 3년 이상 4년 미만인 경우는 재입국을 보장하는 사증발급인정서를 받아 출국한 뒤 3개월 내에 입국하면 기존 체류기간을 합쳐 5년까지 일할 수 있다.”

―체류기간 4년 이상인 불법체류자는 어떻게 되나.

“이달 말까지 자진 출국하면 범칙금은 면제받지만 구제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내년 8월 고용허가제가 시행되면 일반 절차에 따라 국내에 취업할 수 있다. 특히 이들은 국내 취업경험이 있기 때문에 같은 조건이라면 사업주들이 선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허가제에 따라 사업주가 외국인을 고용하려면….

“고용안정센터를 통해 내국인을 고용하려는 노력을 1개월 이상 해야 한다. 그런데도 채용에 실패했다면 인력 부족 확인서를 받은 뒤 구인요건을 적어 신청할 수 있다. 고용안정센터는 구인요건에 맞는 외국인들을 복수로 추천하며 사업주는 적격자를 골라 근로계약을 한다. 사업주는 법무부를 통해 사증발급인정서를 받아 외국인 근로자에게 보내줘야 한다.”

―국내에 취업하려면 한국어를 할 줄 알아야 하나.

“법 공포 후 2년 뒤인 2005년 8월부터는 고용허가제에 의해 국내에 취업하려는 외국인은 한국어 능력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현실적으로 전면 실시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1단계로는 참고용으로만 활용하고 추후 의무화할 방침이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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