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떳떳하게 코리안드림”고용허가제 통과에 환한 웃음

  • 입력 2003년 7월 31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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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맘 놓고 일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빚도 갚을 수 있고요.”

한국에 들어온 지 2년10개월 된 베트남인 무엔 탄탄(32)은 31일 외국인 고용허가제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얼굴에 희색이 돌았다.

인천 부근의 한 목재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코리안 드림’을 이루기 위해 800만원의 빚을 내 입국했지만 언제 강제 출국을 당할지 몰라 늘 불안 속에서 살아왔다.

그가 진 빚은 베트남에서 일하면서 10년 동안 쓰지 않고 모아야 만질 수 있는 큰 돈. 그는 월급으로 받은 돈을 차곡차곡 모아 송금해 현재 빚이 100만원으로 줄었다.

그는 “앞으로 2년간 더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에 열심히 일해 빚도 갚고 장가갈 돈도 장만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불법 체류자 신세인 방글라데시인 알라이 후세인(34)도 모처럼 밝게 웃었다.

그는 일제 단속 기간에 공장에서 빠져나와 시민단체의 사무실 등을 전전하며 고생하던 일 등 머나먼 이국땅에서 불법 체류자로 살아온 고통스러운 순간들을 떠올리며 잠시 상념에 젖기도 했다.

1999년 5월 산업연수생으로 국내에 들어와 1회 연장 끝에 2001년부터 불법 체류자가 된 그는 올해 들어 어느 때보다 마음고생이 심했다.

2∼6월 인천의 한 유리공장에서 열심히 일했지만 임금 640만원을 받지 못했다. 이는 자신의 고향에서 3년 정도 일해야 벌 수 있는 큰돈이다. 그는 “온갖 모멸 속에 하루 10시간씩 일했지만 월급을 주지 않아 한국에 대해 실망도 많이 했다”며 “외국인 고용허가제 법안이 통과되지 않았으면 9월 출국해야 하고 밀린 임금도 못 받을 뻔했다”고 말했다.

고향의 집과 땅을 팔아 마련한 1500만원을 들여 2년5개월 전 아내가 함께 입국한 뒤 불법 체류자가 된 방글라데시인 아미 호센(30)도 앞으로 한국인과 동등한 위치에서 일할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

한국에 들어온 지 2년2개월 된 우즈베키스탄인 무하마드 보빌(31)은 “앞으로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해 직장에서 꼭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인천=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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