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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청와대 ‘비서 중 비서’의 탈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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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청와대 ‘비서 중 비서’의 탈선

동아일보입력 2003-07-31 18:26수정 2009-10-1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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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직원은 모두 대통령을 보좌하지만 그중에서도 대통령 집무실 바로 옆에서 근무하는 제1부속실장은 ‘비서 중의 비서’이자 대통령의 그림자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대선공신이기도 한 양길승 제1부속실장이 지방에 내려가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업자와 동석해 도에 넘치는 향응을 받은 사실이 공직사회에 던진 충격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청탁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대선후보 경선이 끝난 지 1년여가 지나 뒤늦게 뒤풀이 자리를 마련하고 대통령 측근을 초청한 것을 단순히 격려 차원이었다고만 볼 수 있을까. 양 실장을 대접한 업자들이 그때는 청탁을 하지 않았더라도 나중에 기회를 보기 위해 미리 환심을 사두려는 의도는 없었을까.

직무상 부득이한 경우에 1인당 3만원 이내의 식사나 편의제공 정도만 허용하는 엄격한 공무원윤리강령을 마련해 전국 320개 공공기관에서 시행하도록 한 지 겨우 두 달을 넘겨 이런 일이 터졌으니 수습이 간단치 않아 보인다. 더욱이 청와대가 간단한 자체조사를 거쳐 구두주의만 주는 선에서 그치고 대통령에게 보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윤리강령의 실효성에 강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래서야 공직사회에 영(令)이 설 리 없다.

윤리강령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법적 구속력을 갖도록 한 것은 바로 끼리끼리 주고받는 은밀한 접대관행과 잘못이 있어도 적당히 눈감아 주는 온정주의에 기생해 온 청탁문화와 부정부패를 근절하려는 취지였다. 청와대는 지금이라도 모든 경위를 철저히 재조사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윤리강령은 조만간 휴지조각이 될 것이다.

청와대는 또 이번 사건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누구라도 권력의 단맛에 길들여지면 긴장이 급속도로 풀어지기 마련이다. 특히 사회경험이 적어 각종 유혹에 단련이 되지 않은 사람들의 탈선 위험은 크다. 이들을 사전에 솎아내야 하는 것도 청와대 대수술이 시급한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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