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법인세 정책혼선 어디까지

  • 입력 2003년 7월 31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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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율 인하에 대한 정부 방침이 무엇인지 헷갈린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하루 사이에 전혀 다른 말을 하는가 하면 김 부총리는 기존 법인세율 인하 소신을 갑자기 바꾸는 등 갈피를 잡기 어렵다. 이래서는 기업들이 정부 정책을 믿고 경영계획을 수립할 수 없다.

노 대통령은 30일 “한국이 다른 국가와 치열하게 경쟁하는 마당이라면 1%라도 유리하게 해줄 수밖에 없다”고 법인세율 인하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반면 김 부총리는 하루 전인 29일 “올해는 세수 전망이 나빠 법인세율을 낮추기 어렵다”고 정반대로 말했다. 도대체 어느 쪽이 진짜 정부 방침인지 궁금하다. 노 대통령의 발언 뒤 청와대 대변인은 당장 법인세율을 내리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그렇다면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김 부총리는 3월 이후 여러 차례 법인세율을 인하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혀왔기 때문에 갑자기 생각을 바꾼 이유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야 한다. 당시에도 경기침체는 이미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세수 감소를 핑계로 대는 것은 군색하다. 시중에는 경제부총리가 청와대 참모들에 밀려 자신의 소신을 정책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한나라당은 법인세율 인하를 당론으로 채택하고 9월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킨 뒤 곧바로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경제부총리는 말을 바꾸고, 대통령은 경제부총리와 다른 말을 하고, 야당은 법인세를 내리겠다니 기업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한단 말인가.

올해 한국경제를 지배하고 있는 최대 악재는 불확실성이다. 연초에만 해도 이 불확실성은 대부분 북한 핵문제와 이라크사태라는 외생 변수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지금은 정부의 정책혼선이라는 내부요인의 영향이 크다. 법인세율 인하는 기업경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이런 중대한 문제에 대해 대통령과 경제부총리가 혼선을 빚어 불확실성을 더욱 키워서는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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