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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안병준/한반도에 맡겨진 '한반도 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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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안병준/한반도에 맡겨진 '한반도 안보'

입력 2003-07-31 18:26수정 2009-10-10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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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반도의 안보상황은 자못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다.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미국은 주한미군의 재배치를 서두르고 있고, 일본은 이 여파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북핵 문제가 장기화되고 있는 것은 한미일은 물론이고 국제사회 전체가 북핵을 허용할 수 없다고 하는데도 북한이 핵 개발을 정권 생존을 담보하는 유일한 정책으로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북한 당국이 이른바 ‘선군(先軍) 정치’를 지속하는 한 핵무기를 포기하기는 실로 어려울 것이다.

북한은 중국의 압력 때문에 결국 다자회담에는 응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거기서 북한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핵 재처리를 중지하고 농축시설을 폐기하며 이미 갖고 있는 핵무기를 파괴하겠다고 할지는 의문이다.

미국은 현재 테러와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선제공격을 세계전략의 핵심으로 이행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는 한국과 일본이 참석하는 다자회담을 통해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를 검증이 가능하고 번복 불가능한 방법으로 폐기하도록 만들겠다는 방침을 견지해 왔다. 이에 대해 북한이 긍정적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미국은 외교적 경제적 제재를 통해 북한체제의 변화를 시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데 왜 미국은 휴전선 전방에 배치된 미 2사단의 후방 배치를 서두르고 있을까. 사실 9·11테러 이후 미국은 미연에 탐지할 수 없는 테러와 대량살상무기 위협에 선제공격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이미 모색해 왔다. 미국은 이러한 군사전략 전환의 일환으로 북한의 도발과 남한에서의 반미감정이 더욱 악화되기 전에 주한미군의 피해를 줄이고 기동성을 향상시켜 한반도에서뿐만 아니라 기타 급한 지역에도 쉽게 병력을 이동시키기 위해 군사력 재배치 계획을 조기에 단행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미국이 주한미군 재배치를 세계 및 지역 전략의 일환으로 실시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이러한 미국의 지역 전략과 한국의 대북 국지 전략 사이에 간격이 생긴다면 한미관계는 갈등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1971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미 7사단을 철수시키고 1976년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주한미군 일부를 철수시켰을 때 잘 나타났다. 현재에도 북핵을 범세계 및 지역적 비확산 시각에서 보고 있는 미국은 한반도에서는 한국이 전방방위와 공동경비구역을 맡아 ‘한반도 안보의 한반도화’를 달성할 것을 재촉하고 있다.

일본은 이러한 주한미군 재배치 조치가 주일미군에 파급될 것을 염려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해서는 이미 감시위성을 발사했고, 미국과 미사일방어에 협력하면서 독자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만약 북한이 다시 일본을 겨냥해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일본은 그 준비단계에서 선제공격을 가해야 한다고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방위청 장관이 공언한 바 있다. 북한이 핵 보유를 자인하자 일본의 조야(朝野)는 북한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선박과 교역을 엄격하게 규제하기 시작했다.

이를 목격한 중국은 마침내 북-미간 중재에 나섰다. 중일 관계가 긴장된 상태에서 중국은 북한에 대화를 종용하고 있지만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는 아직도 주저하고 있다. 러시아도 북한과 고위 인사 교류를 재개해 다자회담 참가를 원하고 있다. 이처럼 강대국들은 한반도 문제를 각자의 입장에서 인식하고 있다.

우리는 이상과 같은 주변정세를 바로 이해하고 그 속에서 현실적으로 살아남을 길을 찾아야 한다. 그러자면 먼저 국내 시각에서 한국이 ‘동북아의 중심’이라고 헛소리치는 것은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 힘의 균형이 미국 주도로 재편되고 있는 상황은 우리에게 북핵을 막는 데 앞장서서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우리가 스스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고민하고 진지한 노력을 다할 때 안보뿐 아니라 경제에 대한 우방과 국제금융시장의 신인도도 높아질 것이다. 적어도 국가안보에 관한 한 정치권도 협력해 진실한 국민적 결속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안병준 일본 정책연구대학원 초빙교수·대한민국 학술원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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