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황재성/한국-홍콩 초고층아파트의 '차이'

  • 입력 2003년 7월 31일 1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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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자는 취재를 위해 홍콩을 다녀왔다. 이미 여러 차례 방문해 꽤 낯익은 곳이지만 이번에도 아름다운 도시 경관이 인상적이었다. 빅토리아만과 잇닿아 줄지어 선 마천루 빌딩 숲은 눈길을 끈다.

특히 불야성을 이룬 밤 풍경은 언제 봐도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주목할 점은 이들 마천루 빌딩 가운데 상당수가 주거용 아파트라는 것. 제주도의 3분의 1 정도인 섬 지역에 650만명이 넘는 사람이 몰려 살면서 생기는 주택 문제를 해결하려는 지혜의 결과다.

최근 서울에서도 30층을 훌쩍 넘는 초고층아파트가 잇따라 준공되고 있다. 69층까지 치솟은 곳도 있다. 이런 아파트는 모두 주변 경관이 좋고 전망도 뛰어나다. 모두 한국을 대표하는 ‘명품’이 될 만하다.

그런데 속내를 들여다보면 한참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무엇보다 ‘안전의식 부재’가 문제다. 홍콩에선 25층마다 피난층이 있다. 화재 등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한 층 전체를 비워둔 곳이다. 한국에선 피난층은 차치하고 사고에 대비한 노력을 찾기 힘들다.

기본적인 설계나 시공 능력도 의심스럽다. 올 상반기 서울 외곽에 입주한 한 아파트는 입주 초기부터 물이 새 원인 규명이 한창이다. 서울 강남지역의 한 초고층아파트는 환기시스템 문제로 음식물 냄새가 빠지지 않아 골치를 썩인다고 한다. 이들 아파트 입주자는 집값이 떨어질까 봐 이 같은 사실을 쉬쉬하며 냉가슴을 앓고 있다.

건물 외관도 실망스럽다. 내년 상반기 입주를 목표로 현재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서울 강남의 한 초고층아파트는 겉에서 보면 일반 사무용 빌딩과 다를 바 없다. 네모반듯한 데다 외벽을 유리와 알루미늄 판으로 뒤덮었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들은 건설회사들이 이윤에만 신경을 쓰면서 입주자 보호나 도시 경관 등은 뒷전에 뒀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돈 벌려는 생각을 탓할 수는 없지만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는 것이 문제다.

정부가 기업 활동에 일일이 간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초고층아파트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적절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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