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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리포트]美 경영대학원 ‘실직 MBA 구출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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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리포트]美 경영대학원 ‘실직 MBA 구출작전’

입력 2003-07-31 17:00수정 2009-10-1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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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취업시장이 극도로 얼어붙어 명문대 경영학석사(MBA)과정들조차 졸업생들의 취직, 재취직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진은 메릴랜드주립대 MBA과정인 H 스미스 비즈니스 스쿨 학생들이 취업인터뷰 시 유의해야할 사항에 대해 카운셀러와 함께 토론수업하는 모습.AP연합

‘6월 중 미국 실업률 6.4%로 9년 만에 최고치.’

‘경영대학원 졸업반의 졸업 전 취업률 80%에서 60%로 하락.’

지표상으로는 미국 경기가 회복세라지만 피부로 체감되는 경기는 여전히 마이너스다. 무엇보다도 기업들의 해고 행진이 멈추지 않고 있다. 미국 경영대학원도 경기를 탄다. 수년전엔 모셔가기 경쟁의 대상이었던 졸업생(MBA)들은 요즘은 마음에 드는 직장에 취직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MBA 출신도 해고 태풍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렇다면 MBA 2년 과정에 10만달러(약 1억2000만원)의 등록금을 내고 몸값을 올려보려던 꿈이 금세 물거품이 되었단 말인가?

가만히 있을 경영대학원이 아니다. 뉴욕대 스턴스쿨은 5월 ‘커리어 센터’를 개설했다. 직원 5명이 MBA 졸업생들의 재취업을 지원하는 일을 맡는다. 파트타임 학생이나 직장을 갖고 주말에 MBA 과정을 이수 중인 학생들에게도 도움을 준다.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도 졸업생들만을 지원하기 위한 직원을 두었다. 노스웨스턴대의 켈로그스쿨은 시카고에 3명, 로스앤젤레스와 애틀랜타에 각각 1명씩 모두 5명의 파트타임 컨설턴트를 두어 졸업생들에게 무료로 구직 지원업무를 하도록 하고 있다.

과거엔 경영대학원들은 재학생들이 졸업하기 전에 좋은 직장을 구하도록 돕는 데 열을 올렸다. 취업률은 경영대학원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가 돼왔다. 그러나 요즘 많은 경영대학원들은 졸업생에 대한 ‘평생지원’을 늘리는 것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라는 시각을 갖게 됐다. 졸업생들이 잘 돼야 재학생들이 졸업하게 될 때 취업부탁을 하기 쉽다는 점도 그중의 하나다. 졸업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하고 있는 사업은 온라인으로 정보를 제공하거나 전국을 돌면서 행사를 개최해 네트워킹을 돕고 고용설명회를 개최하거나 일대일 경력관리 카운슬링을 해주는 것들이다.

필라델피아에 있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은 MBA 동문들에게 온라인 정보망을 공짜로 사용하게 한다. 비즈니스 정보망인 ‘팩트비아’와 임원급 채용정보 사이트인 ‘엑시큐넷’이 그것이다. 일반인이 엑시큐넷을 보려면 연회비 399달러를 내야 한다. 50만원이 채 안 되는 이용료를 면제해주는 것이 큰 혜택이라는 것이 아니라 학교측이 졸업생들에게 바짝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20년간 투자은행에서 일하다가 10개월 전 와튼스쿨의 MBA 커리어 관리 담당 이사로 취임한 피터 디그넌은 “잘나갈 때 (경영대학원들이) 너무 게을렀지만 이젠 공격적으로 할 때”라고 최근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재학생들을 위해서라도 졸업생들을 잘 챙겨야 한다는 점을 절감했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뛴 결과 ‘사람을 구한다’는 게시물을 2002년 초에 비해 70%가량 더 많이 붙여놓을 수 있게 됐다는 것.

버지니아대의 다든스쿨은 동창회 재단의 도움으로 졸업생 전용 구직지원 창구를 5년째 운영 중이다. 3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이 창구를 끌어가는 허버트 크라우더 이사는 1년에 750명의 졸업생을 상담한다. 직장을 잃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에겐 “이젠 마라톤에 나서는 것”이라며 감정적으로, 육체적으로, 그리고 금전적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설명해준다. 그는 “(한번 해고되면) 최근 졸업생은 최소한 6개월은 잡아야 새로운 직장을 구할 수 있고 더 오래된 졸업생은 12∼18개월은 걸리는 게 보통”이라고 전했다.

1987년 다든스쿨 MBA 출신인 월터 실이 매킨지 컨설팅을 떠나 리턴바이라는 기업의 대표를 맡게 된 것도 크라우더 이사의 조언 덕분이었다. 이런 조언도 인터넷상으로 이뤄진다. 이제 그는 크라우더 이사로부터 소개받은 동문에게 인터넷으로 조언을 해주고 있다. 실씨는 학교에 다니면서 졸업 후 십여년이 지나서도 학교 신세를 질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서 그는 자동차 보증기간 개념을 빗대 이렇게 말한다. “자동차를 사면 5년, 10년 보증이 있는데 경영대학원도 마찬가지다. 대학원 몇 년에서 다 배울 수 없는 것이고 이런 식으로 구직지원을 받는 것이 자동차로 말하면 튠업인 셈이다.”

올 4월 이스트만 코닥에서 해고된 미건 프랭크도 학교 덕에 새 직장을 쉽게 구했다. 2001년 에모리대 고이주에타스쿨을 졸업한 그녀는 학교에 있는 졸업생 전용 구직상담요원의 도움으로 고용정보를 챙겨보고 일대일 상담을 받은 끝에 해고 한 달 만에 자이만 마케팅 그룹에 새 일자리를 얻었다. 연봉도 더 많이 받게 된 그녀는 아마도 직장을 잃은 동문을 돕는 데 훨씬 열심히 나설 것이다.

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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