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어려운세상…우리사회 어두운 그림자

  • 입력 2003년 7월 30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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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료 연체 가구 급증…300만명 보험혜택 제외

‘건강보험료 3만5890원을 내지 못해 연체가 되자 보험료가 3만7680원으로 올랐다. 몇 달 연체된 것을 빌려 내는데 그렇게 많이 내야하는지 궁금하다. …취직을 못한 지 1년 5개월, 하루하루가 힘들다. ….’

건강보험료 연체자인 정모씨가 29일 건강보험공단 사이버민원실 ‘나도 한마디’에 띄운 글의 일부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건강보험공단에 보험료를 직접 내는 지역가입자의 연체금액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공단은 6월 말 현재 169만여 가구가 건보료를 3개월 이상 연체했고 연체금액은 8195억여원(이상 누적 기준)에 이른다고 30일 밝혔다.

올 1∼6월에 건보료를 3개월 이상 내지 못한 연체자는 20만여가구이며 연체금액은 958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의 경우 2001년 말에 비해 연체 가구가 12만여가구 줄고 금액도 403억여원 감소한 것과는 정반대 현상이다. 지난해 건보료 연체액 징수율은 99.8%로 공단이 생긴 이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공단에 따르면 건보료를 3개월 이상 내지 않을 경우 건강보험 혜택을 중단하는 규정에 따라 152만여 가구는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1가구에 평균 2명이 산다고 가정해도 300만명 이상은 보험료 연체 때문에 건강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3개월 이상 연체 가구 중 17만여 가구는 밀린 건보료를 분할납부하고 있어 건강보험 혜택을 받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대체로 지역가입자들은 자녀 학비나 전화요금 등을 먼저 낸 뒤에 건보료를 납부할지를 결정한다”며 “올 들어 생계가 힘들어지다보니 건보료를 연체하는 가구가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단은 지난해 11월부터 사용한도액을 축소하는 등 신용카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자 건보료 연체금 징수율도 크게 떨어졌다고 설명했다.지난해 신용카드사들은 연체율 증가와 수익성 악화로 회원의 카드 이용한도를 20∼50% 줄였다.공단 관계자는 “일부 지역가입자는 여러 개의 신용카드로 속칭 ‘돌려막기’를 하면서 건보료를 내왔는데 이용한도 축소 조치로 그나마 어렵게 된 것이 연체액 증가의 한 요인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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