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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없는…' 낸 김정현 "脫北이야기 쓰다 중국으로 이사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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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없는…' 낸 김정현 "脫北이야기 쓰다 중국으로 이사갔죠”

입력 2003-07-30 18:45수정 2009-09-28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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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정현씨는 '탈북자들과 만나면서 내 나름대로 느낀 것을 아낌없이 풀어놓았다'며 '내 가슴이 너무 뜨거워서 문제'라고 웃었다. -박주일기자

소설가 김정현씨(46)는 노래의 후렴처럼 거듭 말했다.

“그 사람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입니다.”

외환위기가 닥쳐왔던 황량한 시절, 사회에 ‘아버지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베스트셀러 ‘아버지’(1996)를 펴낸 작가가 이번에는 북한을 탈출한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들고 나타났다. 최근 발간된 장편소설 ‘길 없는 사람들’(전 3권·문이당)은 이국 땅을 떠돌며 겪는 두 남녀의 역정과 이념 대립에 희생된 한 가족의 비극사를 두 축으로 상처투성이 한국 현대사를 장대하게 펼쳐 보인다.

지난해 중국 베이징(北京)으로 거주지를 옮긴 작가가 새 소설의 출간을 맞아 일시 귀국했다. 29일 그를 만났다.

“통일이, 분단이 뭔지 소설로 생생하게 써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1997년 중국 옌지(延吉)에서 탈북자를 만나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들에 대해 제대로 알아봐야겠다 싶어 취재를 시작했죠.”

이렇게 첫 단추를 채운 뒤 그는 1999년 탈북자를 다룬 소설 ‘전야’의 1부를 발표했지만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생각에 작품을 미완으로 남겨두었다. 그러나 마침내 ‘전야’를 토대로 ‘길 없는 사람들’이 세워질 수 있었다.

“처음 탈북자 취재 과정에서 북한과 중국의 국경에서 미얀마까지 장장 1만km에 이르는 험한 길을 죽음과 맞싸우며 도망쳐야 했던 두 남녀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여인은 척추가 부러진 불구의 몸이 됐고 남자는 남한에도 갈 수 없고 북한으로도 돌아갈 수 없는 유랑민이 돼 버린 곡절 많은 사연이었죠. 화가 나서 쓰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어요.”

이들은 소설에서 지숙과 장혁으로 등장해 이념과 사상을 넘어 사랑을 향해 달려 나간다.

“참상을 고발하는 일은 다른 사람의 몫일 겁니다. 나는 슬픈 사랑 이야기를 통해 이데올로기나 국익보다는 인간의 천부적 인권인 자유와 생존, 사랑이 얼마나 고귀한지 풀어내고 싶었습니다.”

그 후 작가는 중국 러시아 베트남 등지를 오가며 쉴 새 없이 탈북자들을 만났다. 그들과 마주앉아 눈물을 쏟기도 수차례. 작품을 위해 검토한 북한 관련 서적은 천장까지 빼곡하게 들어차 한 벽면을 가리고도 남는다. 취재를 위해 1년에 10여 차례 이상 중국을 드나들다보니 가산을 탕진할 지경이 되는 바람에 온 가족이 중국으로 이사를 갔다.

“탈북자들을 만나고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이 이상한 겁니다. 남한으로 오겠다는 이들은 그야말로 기막히고 절박한 상황에 몰린 사람들이에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지만 그들이 가진 끈질긴 생명력과 의지가 오히려 두렵기도 했습니다. 훗날 이들이 통일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어느 누구도 하지 않는 것인지…. 이들이 얼마나 홀대받고 있는지 아십니까.”

200만부 이상 팔렸던 ‘아버지’의 인기는 한때 그에게 큰 부담이었다. 그러나 요즘 그는 “세상을 글에 담아내는 일이 재미있다”며 “소설가로서의 삶에 만족한다”고 말한다.

“‘아버지’는 사람들에게 가족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줬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소설을 통해서 남과 북, 분단, 민족문제 나아가 사람의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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